전일 증시 강세의 영향을 받아 약보합권으로 마감했던 달러-원 환율은 이날 외국인이 서울 증시에서 열흘만에 순매도로 돌아서고 증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1390원선을 위협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오후들어 1390원 위에서 네고물량이 계속 출회되고 환율 상승이 만만치 않게 되자 환율상승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손절매에 나서면서 상승폭은 크게 줄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오전에는 롱마인드가 강했는데 생각보다 상승세가 강하지 않자 오후에는 숏마인드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날 환율 상승은 간밤 뉴욕시장의 약세와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열흘만에 순매도로 돌아선 것에서 촉발됐다.
간밤의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 NDF가격은 1376원~1386원선에 거래됐고 1380~1385원에 마감했다. 스왑 포인트 -0.35원을 감안하면 현물환 종가 대비 1.85원 가량 상승 마감한 수준. 뉴욕증시도 금융구제안과 경기부양법안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면서 보합권에서 혼조세를 보이며 마감했다.
이날 서울 환시에서 달러-원 환율은 NDF 환율을 반영한 수준인 전일대비 1원가량 오른 1382원선에서 출발했다. 역시 최근 흐름대로 장중에 꾸준한 결제수요가 몰리면서 상승폭을 키워가다 증시가 하락반전하면서 상승 기울기가 더 가팔라졌다. 오전 한때 1391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서는 상승폭을 계속 줄였다.
◇ 재료보다 강한 수급
유럽에서 들리는 흉흉한 이야기 등 주변의 상황은 달러 강세에 베팅할만한 여건이지만 수급의 벽을 뚫기는 만만치 않았다.
이날 오전 러시아 기업과 은행들이 채무상환 연기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며 환율의 오름세에 기름을 붓는듯 했으나 오후들어 이를 부인하는 보도가 나오면서 손절매 물량을 늘렸다
한 딜러는 "수급면에서도 역외에서 꾸준히 매도물량을 내놨다"면서 "시장의 마인드는 달러강세쪽이었고 계속 강세에 베팅하다가 환율이 잘 오르지 못하자 손절매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도 박스권 장세가 계속될 것 같다"면서 "위와 아래가 모두 막혀있다"고 전했다.
은행권의 다른 딜러도 "생각보다 오르지 못하자 롱스탑이 좀 나온 것 같다"면서 "1390원 위에서는 네고물량이 계속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시장평균환율은 1387.00원에 고시될 예정이며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를 합쳐 54억4200만달러였다. 거래량은 전일과 비슷한 수준.
오후 3시 현재 달러-엔 환율은 0.31엔 오른 91.47원에 거래됐고 엔-원 환율은 100엔당 전일대비 3원 가량 내린 1511.37원에 고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