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대금업자 하면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악덕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연상됩니다. 우리 문학작품중 염상섭의 `두 파산`에서도 옥임은 가까운 동창생인 정례 모친으로부터 모질게 고리(高利)의 이자를 뜯죠.
이처럼 대부업은 인류 역사상 그 뿌리가 깊어 말처럼 쉽게 근절되지 않습니다.
옛부터 자주 실패했던 방법은 이자상한을 연 수십퍼센트로 갑자기 강제 인하하는 겁니다.
소액 신용대출의 수요가 크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금리를 강제로 내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습니다. 오히려 수요자들은 더 고리를 뜯는 불법 고리대금업자에게 시달리게 마련입니다.
대부업법상 이자상한선이 10월초 연 66%에서 연 49%로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중대형 대부업체만이 준수할 뿐, 상당수의 업체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적발 사례가 거의 없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정부의 단속의지도 약해 보입니다.
이러한 때 국민은행의 강정원 행장이 소액 신용대출 시장 진출을 검토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금융감독당국도 이런 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수차례 `시그널`을 보내왔죠.
이를 두고 일반인 뿐만 아니라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은행이 자금력을 동원해 사실상의 고리대금업을 하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합니다.
찬성측은 불법 고리대금업자를 오히려 퇴출시키고 소비자 효용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반박합니다.
어차피 정부의 단속 인력이나 의지에 한계가 있는 이상, 은행이 나서면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금리가 상당폭 낮아질 수 있다는 얘깁니다.
전 조심스럽지만 은행이 소액 신용대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긍정적일 수 있다고 봅니다. 금융산업적인 측면 보다 금융 소비자를 위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에서 그렇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경제인구 총 3500만명 중 20%인 720만명이 타 금융회사 대출을 받지 못해 대부업체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1등급부터 10등급까지 분류되는 신용등급중 7등급 이하에 해당되는 저신용자들입니다.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이들 대부업 이용자가 물고 있는 평균 금리는 연 200%에 달합니다. 1인당 이용금액도 평균 960만원으로 큰 액수입니다.
법만 연 49%로 규제한다고 해서 이들이 구제받긴 어렵습니다. 엄격한 단속도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경찰이 불법 고리대금업자 단속에만 투입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7등급이하 금융 소비자 중에서 다만 수 만명, 수십 만명이라도 은행의 소액 신용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면, 나름의 효과는 거둘 수 있지 않을까요. 중소 금융회사들도 경쟁이 활성화되면 금리를 낮추고 서비스를 개선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쏠림현상이나 시장독점 등의 부작용을 금융감독당국이 잘 막아주는 것을 전제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