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법 공청회 `후끈`..공방 너머 감정싸움 `불사`

참여연대-재경부, `삼성봐주기` 둘러싸고 설전
이동걸-황정근변호사, 법리해석 논란
  • 등록 2005-11-08 오후 6:30:49

    수정 2005-11-08 오후 6:30:49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열린우리당이 개최한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 공청회에서 참여한 전문가들마다 다양한 주장을 제기한 가운데 서로 감정싸움까지 가는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며 향후 입법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암시했다.

8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이날 공청회에서는 참여연대 김상조 경제개혁센터소장과 이동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고동원 건국대 교수 등이 5% 초과지분에 대한 강제처분명령의 타당성을 주장한 반면 임영록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황정근 김&장 변호사 등이 반대논리를 펴며 맞섰다.

공방은 김상조 소장이 재경부의 개정안 준비과정에서 `삼성그룹 봐주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김 소장은 "작년 10월 금산법 24조 부칙 마련과정에서 재경부와 금감위, 삼성그룹은 당시 시중에 알려지지 않았던 삼성생명의 금산법 위반혐의를 알고 있었고 이를 봐주기 위해 부칙을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영록 국장은 "밖에서 정책형성과정만 보고 예단하지 말라"며 "당시 5%초과 지분으로 사실상 지배목적으로 보유하거나 20% 초과 지분을 규제하는 법을 부칙으로 보험업법 규정까지만 허용토록 명확히 한 것이지, 삼성을 봐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또 김 소장이 재경부의 금산법 제24조 해석을 문제삼자 임 국장은 "정책당국의 유권해석에는 나름대로의 권위가 있다"며 "그런 식으로 자의적인 해석은 삼가하라"고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김 소장이 "지난해 10월 금감위가 박영선 의원에게 제출한 금산법 위반혐의 조사결과에는 삼성생명 등의 위반사례가 누락돼 보고됐다"고 주장하자 임 국장은 "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어떻게 김 소장이 그렇게 적나라하게 알고 있느냐"며 되물었다.

이어 이동걸 연구위원과 황정근 변호사 사이에는 금산법 부칙조항 해석을 놓고 충돌이 벌어졌다.

황 변호사는 "금산법 24조 신설당시 입법 취지를 보면 기업결합 제한이 목적인 만큼 승인과정에서 공정거래법상 위반 시정조치에 맞는 수준인 의결권 제한이 적절하며 처분명령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공정거래법은 기업결합을 제한하는 것인 반면 금산법은 금융기관을 이용한 기업결합을 막는 것"이라며 "이전에 은행법 등 타 법률에서도 소급적용을 통해 처분명령을 내린 바 있다"고 반박했다.

황 변호사가 "법 문헌상으로 볼 때 주식을 취득할 당시 이미 적법하게 이뤄졌으면 이후에 보유하는데 대해서까지 규제할 순 없다"고 주장하자 이 위원은 "입국허가 규제가 출입국사무소만 몰래 통과하면 국내 체류가 합법화되느냐"고 되받아쳤다.

황 변호사는 "그것은 규제의 취지와 입법 목적을 같이 봐야 하며 금산법상 규제와 출입국 규제는 목적이 다른 만큼 달리 봐야 한다"고 지적했고 이 위원은 "황 변호사가 말하는 규제의 목적은 자신이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목적이고 내가 보는 금산법 규제 목적은 다르다"고 말했다.

또한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가 "들판을 걷다가 산 쪽으로 위치를 옮겼더니 경찰관이 그곳에 길이 났고 길을 건너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으니 불법이라고 한다면 수용 가능하겠느냐"며 비유를 제시하자 이 위원은 "금융과 무관한 비유를 들어 본질을 흐리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위원은 "윤 교수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을 보니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걱정된다"고 말하자 윤 교수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니고 개인적인 생각을 밝힌 것 뿐"이라며 "시립대 학생들이 걱정된다는 말을 취소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는 정세균 당의장과 송영길 재경위 간사, 김희선 정무위원장을 비롯한 10여명의 여당 의원과 120여명의 방청객들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표시했다.

방청객 질문에서도 중앙대 교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방청객은 "다른 기업들은 스스로 위법행위를 시정하는데 왜 삼성만 버티느냐"며 열변을 토했고 황 변호사에게 "최고의 법조인들로 무장한 삼성을 비호하지 말고 법조인으로서 양심에 따라 행동하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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