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양미영기자]
10월초 900선에 육박하던 주가가 보름 사이 800선까지 밀렸습니다. 유가가 급등하고, 경기 회복도 아직 불투명한 상황에서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겠지요. 그러나 한달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주가가 100포인트 가까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럽습니다. 증권부 양미영 기자는 증권시장이 `감(感)`에만 의존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합니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은 설레는 일입니다. 그만큼 포부도 크고,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마련입니다. 지난 4월 증권부로 자리를 옮긴 저도 그랬습니다.
새 부서로 옮겼으니 새로운 업무에 적응도 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주식시장을 담당하게 됐으니 시장을 알고 싶은 욕구가 강했습니다. 당연히 `주식투자 이렇게 하라`류의 투자 관련 책도 읽고, `기술적 분석 A to Z`류의 전문적인 서적도 들쳐 봤습니다.
그러나 익숙함 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고 하죠.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면서 주가 흐름에, 그리고 업무에 익숙해지고, 시장 분위기에 대해 미심쩍긴하지만 이른바 `감(感)`이란게 생기면서 지수나 업종별 시세에 그냥 묻히는 경향이 짙어졌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은 `재료보다는 수급이고 수급보다는 심리`라는 무언의 증시 법칙에도 익숙해졌습니다. 참 이상하게도 악재가 산적해 있는데도 주가는 오르고, 딱히 팔 이유가 없는데도 시장은 매물을 쏟아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더군요.
특히 지난 9월말부터 전개된 시장흐름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내수부진은 여전하고 IT를 비롯한 기업실적 둔화가 우려되고 유가는 하루가 멀다하고 하염없이 치솟는 상황에서도 주가는 성큼성큼 올라갔습니다. 소위 수급장이 전개됐던 것이지요.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매가 매물을 주고받으며 종합주가지수는 900선을 눈앞에 두기도 했습니다.
주가 상승세를 바라보는 시장의 표정도 밝았습니다. 중국 긴축우려나 유가 급등, 3분기 실적악화는 다 아는 악재고 이미 700선까지 후퇴하면서 반영할 것은 다 반영했다는 자신감이 시장을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주가가 오르는 동안 그림자도 존재했습니다. 외국인은 어느새부턴가 주식을 팔기 시작해 오늘까지 벌써 매도세가 2주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애널리스트의 말을 빌리자면 5년래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50달러가 꼭지가 될 것이라는 호언장담이 오고갔던 유가는 결국 지난 주말 55달러를 넘어서며 국내외 증시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단순히 55달러를 초과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미루고 미뤘던 악재들이 한꺼번에 반영된 영향이 더 컸던 탓입니다.
지난 9월까지의 중국 GDP가 기대치에 부합하며 중국 정부의 긴축 우려는 반감된 상황이지만 중국관련 소재주들은 여전히 가격 부담에 시달리고 있고, 증시를 이끌었던 IT주의 부활도 생각보다 지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10월초에도 분명 존재했던 악재들이 월말이 되서야 비로서 시장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어찌보면 시장도, 저도 소위 `감`만 믿고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요즘들어 증시 전문가들은 다시 펀더멘털에 주목하라고 말합니다. 투자를 위해서는 당연한 논리이지만 `왠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 같고, 더 오를 것 같은 감`이 한동안 시장의 시야를 흐렸기 때문입니다.
단기 대세를 쫓아 짭짤한 수익을 얻는 것도 일종의 투자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급등락세를 볼 때면 투자의 `정도`라 할 수 있는 `현상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새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시장의 승패는 결국 "감(感)"이 아니라 펀더멘털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서 출발하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