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행동주의 헤지펀드…위기의 인텔에 “전략적 대안 찾아라"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서드포인트가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을 상대로 “전략적 대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서드포인트는 기업 주식을 사들여 의결권을 확보한 뒤 지배구조 개선·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거나 경영에 개입해 기업가치를 올리는 투자 전략을 추구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이 회사는 최근 인텔 지분 10억달러(한화 약 1조 1000억원)어치를 확보하는 등 이 회사의 지분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서드포인트의 대니얼 뢰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오마르 이시라크 인텔 회장을 비롯한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인텔은 제조업 리더십 상실 및 몇몇 기타 실수로 인해 최첨단 반도체칩을 만드는 경쟁에 있어 다른 업체들이 삼성전자와 TSMC 등의 기술력에 의존해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도록 허용했다”며 “AMD는 PC 및 데이터센터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인텔 점유율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뢰브 CEO는 특히 인텔의 경쟁력 상실이 국가안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텔이 즉각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최첨단 반도체 공급이 약화하고 PC부터 데이터센터, 핵심 인프라(기반시설)에 이르는 모든 것을 가동하는 데 미국이 지정학적으로 불안정한 동아시아에 더 크게 의존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면서 “투자자문을 통해 전략적 대안을 모색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촉구하는 동시에 “여기엔 실패한 인수를 처분하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드포인트의 이같은 주문은 인텔의 오랜 고객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이 자체적으로 독자 반도체칩 제작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는 등, 인텐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인텔은 성명을 내고 “주주 가치 개선과 관련한 모든 투자자들의 의견을 환영한다. 서드포인트와의 협력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드포인트의 서한이 공개된 이후 인텔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장중 5% 가량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