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아닌 것 같다"…3일 만남에도 전시납북자 가족 '반신반의'

이재일·재환 형제, 전시에 납북된 형 만나려 상봉 신청
형은 1997년 4월 사망, 대신 두 명의 조카 만나
형의 사진 본 두 동생 "아닌 것 같아" 고개 저어
  • 등록 2018-08-22 오전 11:30:56

    수정 2018-08-22 오전 11:30:56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상봉을 마친 북측 가족들이 건물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강산 공동취재단·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에 있는 조카를 만나러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한 이재일(85)·재환 형제는20일 첫 단체 상봉에서 헤어진 형의 자녀라며 나온 북측 리경숙(53)·성호(50) 남매가 가져온 형의 사진을 보더니 동시에 “아닌 것 같아”며 고개를 저었다.

탁자에는 북측 조카들이 갖고 온 10장 이상의 결혼사진과 가족단체사진 등이 펼쳐져 있었지만 재환 씨는 아예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는 취재진에 “아무리 돌아가셨어도 아버지 나이도 모르냐. 어떻게 사망했는지도 모르고”라며 화를 냈다.

조카 경숙 씨는 재환 씨에게 아버지 사진을 보여주며 “아버지가 맞습니다. 모습이 (작은아버지와) 비슷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재환 씨는 “형님이라고 하는데 사진을 보니 아니다”며 “국민학교 때 헤어졌지만 나보다 몸집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살면서 남쪽에 있는 형제 얘기를 한마디도 안 했다는 거냐”며 “이남에 누가 있는지 아무 말도 안했다고 하더라. 말이되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산가족 확인작업의 실무를 담당한 북측 관계자가 “호적을 찾아오겠다”며 관련 서류까지 들고 와 재일씨 앞에 두고 하나하나 짚어가며 “이두희 알지요”, “이병희 알지요”라고 묻자, 재일 씨가 “맞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가 들고 온 명단에 있는 이두희 씨는 재일 씨의 큰아버지이고, 이병희 씨는 재일씨의 삼촌 이름이다. 첫날 상봉행사는 재일 씨만 자리를 지킨 채 마무리됐다.

하지만 두 형제는 상봉을 포기하지 않고 이후 이어진 환영만찬과 21일 개별상봉, 단체상봉, 22일 작별상봉에 모두 자리를 지켰다. 21일 오전 개별상봉 때는 재환 씨가 경숙 씨에게 호적과 가족앨범이 든 쇼핑가방을 건넸고, 오후 단체상봉 때는 모두 모여 즉석 기념촬영도 했다. 사흘간 이어진 상봉에 형인 재일 씨는 조카들의 이야기를 듣고 끄덕이며 수긍하는 분위기였지만, 동생 재환 씨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끝까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다.

이재일·재환 형제는 1950년 6·25전쟁이 터진 직후 전시에 납북된 형 이재억 씨를 만나고자 상봉 신청을 했다. 그러나 형이 1997년 4월 사망했다고 통보받아 대신 두 명의 조카를 만나고자 금강산을 찾았지만,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돌아오게 됐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과거 상봉에서 진짜 가족이 아니라고 판단하시는 분들은 아예 상봉에 참가하지 않고 돌아가겠다고 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이분들의 경우 상봉을 계속하셨다. 개인적으로는 상봉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촌수가 먼 가족들이 생전 처음으로 만나고 하다보니 반신반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렇다고 당사자분에게 가족이 맞다고 설득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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