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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진행한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및 노무법인 점검 결과를 이날 발표하며 “노무법인 등을 매개로 한 산재카르텔 의심 정황 및 각종 부정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고용부가 적발한 사례를 보면, A 노무법인은 환자에게 특정 병원을 소개해주고 진단비와 검사비를 대신 지급했다. 병원 소개, 진단비 및 검사비 대납은 모두 의료법 위반이다. 이 환자는 A 법인 소개로 간 병원에서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서 4800만원을 지급받았다. 이후 A 법인은 환자에게 수임료 30%(1500만원)를 타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근무하는 한 공인노무사는 “수임료를 보통 10~30% 정도 받지만, 소음성 난청은 크게 어려운 업무가 아니라 15%도 많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A 법인은 또 산재신청 등 공인노무사가 해야 할 일을 사무장이 수행해 공인노무사법을 위반했다.
고용부는 노무법인과 법률사무소 등 11곳에서 이러한 위법 정황을 발견해 수사를 의뢰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공인노무사에 대한 징계, 노무법인 설립인가 취소 등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음성 난청·장기환자 양산 문제 개선”
고용부는 이날 산재보험 악용을 막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특히 최근 몇년 새 신청과 승인이 급증한 소음성 난청, 장기환자를 양산하는 요양 절차상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 이 장관은 “과도한 보상 문제”라며 “앞선 (노무법인-병원 산재 카르텔 의심) 사례처럼 위법행위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소음성 난청은 과거엔 퇴사 후 3년 내 신청해야 했으나, 대법원 판례가 나온 이후 고용부는 2016년 신청자격 기준을 진단일로 변경했다. 60세에 소음 작업장을 떠나고 70세에 난청 진단을 받아도 산재 신청이 가능해진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인성 난청인지 소음성 난청인지 의학적으로 구분이 안 된다”며 “산재 인정 시 연령별 청력손실 정도를 고려하지 않아 소음성 난청 재해자 중 60세 이상 고령층이 93%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양환자의 절반(48%)이 6개월 이상 장기 요양환자인 점도 고용부가 내세운 문제점이다. 근로자를 적기에 치료한 후 직장에 복귀시킨다는 산재보험 목적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장기 요양환자 유발 원인으로 이 장관은 △상병별 표준요양기간 부재 △요양 연장을 위한 의료기관 변경 제도 이용 △저조한 집중재활치료 실적 △민간 산재병원 관리 부적정 등을 꼽았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지난달 발족한 ‘산재보상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를 통해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노동계는 고용부의 감사 결과를 비판했다. 양대 노총은 이날 각각 논평을 내고 정부가 적발한 부정수급 사례 486건(113억원)은 지난해 산재 승인건수(14만4965건)와 비교하면 0.3% 수준에 불과하고 보험급여지출액(지난해 7조2849억원) 대비로도 극히 일부에 그친다고 반발했다. 산재보험 제도 개선 계획에 대해서도 “경영계가 주장하는 개악 추진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