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고유가로 인해 고공행진을 펼쳐 올해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된 `기저효과`가 7월을 정점으로 둔화 추세로 바뀐 게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추세가 올해말로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보여 물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생필품 가격이 들썩이고 있어 서민들의 생활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 소비자물가 2.2%..한달만에 2%대 복귀
1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2% 상승, 전월의 1.6%보다 0.6%포인트 올랐다. 지난 2월 이후 6개월만에 상승폭이 확대된 것으로 이데일리가 국내 시장 전문가 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예상치 2.05%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9년2개월만에 최저치인 1.6%를 기록한 이래, 한달 만에 다시 2%대로 복귀했다. 전월대비 상승률은 7월과 마찬가지로 0.4%의 오름세를 이어갔다.
가공식품 등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3%, 전월대비 0.5%씩 올랐고 고등어, 상추 등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대비 6.2%, 전월대비 1.9% 올랐다.
특히 서비스가 전년동월대비 2.2% 올라 가장 높은 기여도를 보였다. 유치원 납입금(5.4%)과 미용료(5.1%), 보육시설이용료(4.6%), 학교급식비(4.4%) 등이 전년동월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양동희 통계청 물가통계과 과장은 "전년동월대비로 봤을 때 서비스가 가장 많이 올랐고, 그중에서도 개인 서비스, 공업제품 농축산물 등이 8월 물가상승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 농축수산물·공공서비스요금등 `들썩`
농축수산물은 장마철을 벗어나며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전월대비 상승세는 1.0%에서 1.5%로 다소 가팔라졌지만 전년동월대비로는 5.7%에서 4.9%로 0.8%포인트 감소하며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난해 8월 3.5%의 상승률을 기록한데에 비해선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작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가 많이 와서 농산품 출하가 원활하지 못했던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자동차용, 취사용 LPG도 각각 6.9%, 5.7% 올랐으며, 지역난방비(4.0%), 택시료(3.0%) 등의 공공서비스 요금이 들썩인 것도 서민 물가에 부담을 줬다.
◇ 서민물가 추석 앞두고 `비상`..2%중후반 전망
하반기 물가는 추석을 앞둔 일시적 상승에다 지난해 하반기의 기저효과로 인해 서서히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10년만의 최고치인 5.9%의 정점을 찍은 뒤 8월 5.6%, 9월 5.1%, 10월 4.8%, 11월 4.5%, 12월 4.1%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특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생필품 가격이 들썩이고 있어 서민들의 생활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우의 경우 최근 kg당 경매 낙찰 가격이 2년4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인 2만원을 넘어섰으며, 굴비, 식용유 등 추석 선물세트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올라 올해 추석 물가가 심상치 않을 전망이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9월과 10월엔 추석이 물가에 영향을 줄 것이고, 환율과 해외 원자재 시장까지 고려한다면 물가 불안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라면서 "지난해 하반기의 기저효과로 인해 2%대 중후반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물가가 정부 예상치인 2%대 후반으로 가더라도 한국은행의 기준 목표물가인 2.5~3.5%의 하단 수준이라 물가가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한편 재정부는 9월 이후 소비자물가에 대해 "기저효과, 국제 원자재가격 강세 등으로 다소 올라가는 모습을 나타내겠지만 당분간 2%대에서 안정될 전망"이라면서 "환율 안정, 디플레 갭 지속 등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이 둔화세를 지속하는 등 전반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또 "원자재가격 추이에 따른 물가 파급효과를 예의주시하면서 추석도래로 일부 성수품 등의 수급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인 대응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