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뉴홍콩시티 사업 변경…‘공약 폐기’ 논란

뉴홍콩시티→글로벌 톱텐시티로 변경
홍콩 금융기업 유치 난항, 사업범위 확대
영종도 등 5곳에 해외 첨단기업 유치 계획
시민단체는 공약 폐기라며 예산낭비 주장
  • 등록 2024-04-17 오후 1:58:31

    수정 2024-04-17 오후 7:27:52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시가 유정복 시장의 핵심공약인 뉴홍콩시티 사업을 가칭 글로벌 톱텐(Top Ten)시티 사업으로 전환해 추진한다. 사업명 변경은 이번이 2번째이다. 홍콩 금융기업 유치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 기업·산업 유치로 확대하겠다는 것인데 시민단체는 공약을 폐기하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정복(앞줄 가운데) 인천시장이 2023년 3월15일 중구 영종도 영종하늘문화센터 광장에서 열린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비전 선포식에서 내빈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17일 인천시에 따르면 유정복 시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핵심공약으로 뉴홍콩시티를 제시하며 당선됐다. 지난해 3월부터는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뉴홍콩시티 공약은 홍콩에 대한 중국 지배권이 강화되면서 홍콩을 빠져나오려는 기업, 금융기관, 국제기구를 영종도 준설토투기장에 조성한 한상드림랜드 등에 유치해 제2의 홍콩 같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용역 결과 홍콩을 떠나는 국제 금융기업을 인천에 유치하는 것이 어렵다고 나왔다. 또 인천의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홍콩 금융기업·기관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시됐다.

이에 인천시는 뉴홍콩시티를 글로벌 톱텐시티 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글로벌 톱텐시티 사업은 인천을 세계 10대 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홍콩의 금융기업 유치를 포함해 세계 첨단기업(바이오·반도체 등)을 영종도, 강화도, 청라, 송도, 인천 내항 등 5곳에 집중적으로 유치하는 것이다. ‘글로벌 톱텐시티’ 사업명은 아직 결정하지 않고 검토 중이지만 뉴홍콩시티에서 국가와 산업 범위를 확대해 다양한 해외 자본을 유치하는 계획은 확정했다. 인천시는 다음 달 7일 사업설명회를 통해 글로벌 톱텐시티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 시민단체는 뉴홍콩시티 공약을 폐기하는 것이라며 예산 낭비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황효진 인천시 정무부시장이 최근 뉴홍콩시티를 글로벌 톱텐시티로 변경한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뉴홍콩시티 폐기 선언과 마찬가지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정복 시장은 취임 이후 뉴홍콩시티 홍보·행사 예산으로 3억4000만원을 편성했지만 날림 공약으로 행정력과 혈세를 낭비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유 시장은 지난해 3월 영종도에서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비전 선포식을 열고 첨단혁신도시 등 3대 목표를 발표한 뒤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사업 추진이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에 명칭, 방향 등이 자주 바뀌니 시민은 혼란스럽다.

앞서 인천시는 2022년 9월 뉴홍콩시티 사업명을 뉴글로벌시티인천으로 변경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해 혼란을 야기했다. 이때도 홍콩에 국한하지 않고 투자 유치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한다는 의미를 부여했지만 새 사업명이 뉴홍콩시티 만큼의 인지도를 갖기 어렵고 사업 지향점이 추상적으로 표현됐다는 이유로 철회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 변경은 용역 결과를 토대로 검토했다”며 “사업 방향은 홍콩을 포함해 전 세계 첨단기업을 영종도 등 5곳에 유치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뉴홍콩시티 공약 폐기가 아니라 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올해 추진을 본격화한다”며 “홍콩을 떠나는 금융기업 유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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