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사이 삼각지 고가도로를 타고 마포에서 넘어오는 차량과 반대편 이태원·한남동을 빠져나온 차량이 만나며 상습 정체가 이어졌다. 몇몇 차량은 짜증 섞인 경적소리를 내기도 했다. `청와대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새 집무실로 유력하게 떠오르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주변에 도착한 첫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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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청사가 있는 용산구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당선인에게 56.44%의 지지를 안겨준 곳이다. 전국 지지율(48.56%)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다음으로 가장 높은 지지율이었다. 특히 이 곳은 권영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동네 소식에 훤한 인근 부동산에선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Y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통령 집무실이 이 곳으로 옮겨오면 규제가 많아져 기존에 추진 중이던 재개발사업도 잠정적으로 멈출 가능성이 높다”며 한숨을 쉬었다.
횡단보도에서 만난 용산 토박이라는 김모(62)씨는 “갑자기 대통령이 온다고 하면 재개발을 바라던 주민들은 뭐가 되는 것이냐”며 “이에 대한 협의나 보완책 마련은 어떻게 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17일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함께 청와대 집무실 이전 방안에 대한 최종 보고를 받았다. 보고안에는 용산 국방부 신청사와 광화문 외교부 청사가 유력 후보지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분과 인수위원들이 18일 오후 이전 후보지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윤 당선인이 직접 청와대 집무실 이전안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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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이 유력해지자 주민들의 성토가 이어지는 것은 물론 밤잠을 설치는 주민도 있다. 특히 새 정부가 재건축·재개발에 속도 내줄 것을 기대하던 주택 거주자들의 잠 못 이루는 밤이 길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민들은 청와대가 있던 종로구 사례를 떠올리고 있다. 2014년 서울시가 고시한 도시관리계획에 따르면 현재 청와대가 있는 서울 종로구 일대 118만9800㎡는 1977년부터 최고 고도지구로 지정돼 높이 20m(일부 지역 15m) 이상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 청와대 인근 삼청동·효자동·청운동 지역이 고도제한을 비롯한 각종 규제를 이유로 개발 행위가 수 십년째 제자리에 머문 이유기도 하다.
H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재개발이 이어져야 기존 입주한 아파트도 탄력을 받아 가격이 오르는 건데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규제가 생긴다면 사실상 이 곳 재개발 현장이 멈추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기존에 들어선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들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악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며 연락이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교통 체증 우려도 적지 않다. 국방부 신청사와 인접한 삼각지 고가도로는 상습 정체구간으로 꼽힌다. 평일은 물론 이태원이나 마포를 찾는 주말 인파까지 더해져 큰 교통 체증을 보이는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집무실까지 넘어올 경우 역대급 `교통 지옥`은 불 보듯 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주민들 일각에서는 `국민에게 다가 서겠다`는 기존 취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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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무조건 반대하는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용산구 인근 자영업자들은 지역 상권에 호재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일방적인 결정 이전에 대화와 협의, 보완책을 마련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 지역 주민 한 모씨는 “무조건 오지 말라는 게 아니라 이전에 따른 해결책 등을 주민에게 사전에 알리고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일방적인 결정과 실행은 이 지역 주민을 떠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