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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환경이 갈수록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당선 확정되기 이전에도 세계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유럽만 해도 경기 회복이 더뎌지는 데다 중국은 6%대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며 저속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일본 또한 ‘아베노믹스’라는 강력한 개혁 조치를 내걸었지만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다. 브라질 러시아 등은 자원 수출에 어려움을 겪으며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불확실한 대외환경…“신뢰의 리더십 찾을 때”
윤 전 장관은 “자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한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면 세계 교역량이 줄고 금융을 비롯한 각 분야의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 있다”며 “세계 경제 질서가 자리잡기까지 대외환경이 최악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어려운 대외환경 속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중심을 잡아줄 리더십이 없다는 점이 꼽혔다.
정치 1번지인 국회만 보더라도 “참담한 상황(윤증현 전 장관)”이라는 것. 이는 곧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겸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당장 트럼프 당선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경쟁력 문제”라고도 했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도 “이참에 사회 전체 시스템을 다시 만들어볼 때”라고 윤 전 장관의 언급에 동의했다. 시스템을 만들려면 개헌이 뒤따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나 의원은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등 체제에 대한 깊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겸 연세대 경제학 석좌교수는 혁명과 다르게 개혁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는 데 주목했다. 전 전 장관은 “개혁의 동력은 개혁 주체에 대한 신뢰에서 온다”며 “경제 역동성을 살리려면 시스템을 개조하려는 포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 구조조정 등 구조개혁은 정권이 바뀐다고 속도를 늦출 일이 아니다”라며 “단임제 아래 릴레이로 뛴다고 생각하고 개혁 기조를 강하게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경제를 이끄는 정부 내 경제팀이라도 바로 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0년 후 1%대로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역동적 경제를 만드는 것이 과제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전 전 위원장은 우리 경제를 눌려있는 용수철에 비유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 전 세계은행(WB) 부총재는 “용수철이 너무 오랫동안 눌려있으면 높게 튀어오르지 못한다”며 경제가 탄력을 잃지 않도록 빨리 턴어라운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나부터 돌아봐야”
윤 전 장관은 정부 혹은 정치권만 탓할 게 아니라 자기 자신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각 분야에서도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낼 때 회장단에 보고됐을텐데도 회장단은 청와대에 참소리를 하지 못했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살림만 하던 최은영 전 회장, 현정은 전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하던 때도 사내 반발이나 언론 비판도 없었다는 것.
윤 전 장관은 “내년이 최고로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라면서 “언론인도, 공직자도, 국민도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는지 반추할 기회”라고 봤다.
진 전 장관 또한 “많은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각성하지 않는다면 10년 후엔 정말 먹고 살기 어려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고 예상했다.
시국이 어려워졌지만 돌파구가 있을 것이라고 정재훈 산업기술진흥원장은 내다봤다. 그는 “우리는 온갖 이슈를 헤쳐왔고 성숙한 시민의식과 도전정신 등을 봤을 때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본다”며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창의적 교육, 스타트업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 등을 준다면 제4차 산업혁명 등 눈앞에 닥친 과제들이 어렵지만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