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버는데 배당이 웬말"…한때 고배당 광산주의 결단

앵글로 배당 중단 선언…프리포트·글렌코어 등도 줄여
원자재값 하락에 재무구조 개선이 우선
  • 등록 2015-12-09 오전 11:04:15

    수정 2015-12-09 오전 11:04:24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원자재값 하락으로 광산업체들이 일제히 부진을 겪으면서 배당도 줄이는 추세다. 과거 광산주는 고배당주로 꼽혔지만 이제는 배당매력보다 저평가매력이나 취급 광물에 따라 선택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세계 5위 광산업체인 앵글로 아메리칸은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하반기 배당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해 이미 프리포트 맥모란, 글렌코어, 클리프 내추럴 리소시즈, 텍리소시즈, 발레 등이 상품값 하락을 이유로 배당금을 줄였다.

상품값이 상승하던 시기 광산업체들은 주가 상승을 위해 경쟁적으로 배당을 늘려왔다. 지난 2011년 금 채굴업체인 뉴몬트 마이닝과 엘도라도 골드가 배당을 발표하면서 금값이 오르면 배당액도 늘리겠다고 밝혔고, 시가총액 기준 미국 최대 광산업체인 프리포트 맥모란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47억달러를 배당금으로 썼다.

프리포트 맥모란은 지난 3월 배당금을 주당 0.3125달러에서 0.05달러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사회에서 재무정책을 검토한 결과 장기적으로 현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정채을 유지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마크 커티파니 앵글로 아메리칸 최고경영자(CEO) 역시 “배당 중단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도 “회사를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배당 지급 중단이 옳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투자들이 실망하는 기색도 역력하다. 매튜 틸렛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펀드매니저는 “더이상 배당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에 광산업체 주가가 떨어졌다”며 “이들 기업을 산다면 이제 배당 때문에 사는 것이 아니라 저평가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BHP빌리턴과 리오틴토그룹은 배당금을 유지키로 했지만, 이는 호주 세금 규정상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서다.

일부 투자자들은 배당을 줄여 부채를 상환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보고 있다. 에비 함브로 블랙록 펀드매니저는 “배당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며 “일반적으로 현금흐름이 없으면 배당에 대한 부담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앵글로의 최대주주인 남아공 국부펀드 공공투자청(PIC)도 배당 중단 결정에 찬성했다. PIC 경영진 중 피델리스 마다보는 “영업으로 현금흐름이 창출될 때에만 배당을 실시하는 것”이라며 “만일 사업이 어렵다면 경영진에게 한 손으로는 배당하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투자금을 요구하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광산주에 대한 옥석가리기도 진행될 전망이다. 원자재 사이클을 보면서 좀 더 신중하게 종목을 골라야 할 시기기 때문이다.

틸렛 매니저는 구리값이 철광석 등의 다른 원자재보다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칠레 구리광산을 갖고 있는 안토파가스타와 캐나다 구리생산업체인 퍼스트 퀀텀 미네랄스 주식을 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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