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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빗자루를 탄 ‘초록마녀’의 발목을 잡을 만했다. 160억 원이 투입된 대작 ‘위키드’를 제치고 2004년 미국 토니상 최고 작품상을 차지한 ‘애비뉴큐’ 얘기다. 잘 키운 아홉 퍼펫(puppet·손을 넣어 조종할 수 있는 인형)은 스타 배우 부럽지 않을 정도다. 생기가 넘쳤고 연기는 정교했다. 여자가 남자와 데이트할 때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자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귀로 넘기는 모습까지 표현됐다. 남녀가 사랑을 나눌 때 하는 다양한 체위는 적나라했다. 청년 백수 프린스턴, 월스트리트 증권맨이자 게이인 로드에서부터 ‘야동(야한 동영상) 마니아’ 트레키 몬스터까지. 개성 넘치는 아홉 퍼펫은 시쳇말로 ‘살아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미납추징금으로 도마 위에 오른 전두환 전 대통령도 풍자 대상으로 삼았다. 도대체 이 발칙한 퍼펫들은 어디서 나왔을까. 첫 내한 공연인 만큼 이들의 탄생 이야기를 로드의 말로 재구성했다.
우린 2003년에 미국 골든시어터에서 태어났어. 올해로 딱 만 10살이 됐지. 어리다고 만만히 봤다간 큰코 다칠 거야. 우린 ‘로열 베이비’ 들이거든. 한 사람 몸값만 해도 최소 1만달러(약 1100만원)야. 장인의 혼이 깃든 손으로 한땀 한땀 따 하나를 만드는 데 5일 밤을 꼬박 새워야 하거든. 시중들도 뒀어. 미국에서 영국, 스페인, 일본 등을 돌아다니며 공연해야 하니 피곤하더라고. 우리 스타일이 망가질지 모르니 머리와 의상을 관리하는 전담팀이 있거든. 아, 이번에 한국에 처음 왔는데 제작사 쪽에서 우리 영접 가이드 전달받았을 거야. 쉬는 곳에 에어컨은 꼭 설치돼야 하지.
우리 부모가 궁금하다고? 엄마는 릭 라이언이야.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공연 전공하고 코네티컷 페퍼트리 예술학교를 나왔지. 1986년부터 퍼펫 만드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들었어. 아빠(‘애비뉴큐’ 작곡가 제프 막스)를 만난 건 1997년이래.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지. 아빠가 로버트 로페즈란 사람과 BMI 레먼 엔젤 뮤지컬 공연 워크숍에서 만나 “노래하는 퍼펫” 아이디어를 냈대. 아빠는 당시 인형들이 나와 화제였던 TV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 제작회사 인턴으로 일할 때였고. 그러다 엄마를 만나 우리가 나왔고. 서로 얼마나 뜨거웠으면 9명이나 낳았겠어. 식구가 많다 보니 마음에 안 드는 애도 있어. 루시(클럽 여가수) 알지? 걘 너무 ‘밝혀’서 탈이야. 어찌나 노출을 좋아하는지. 결국 걔 때문에 우리 공연 광고가 콜로라도에서 금지되기도 했잖아. 루시 가슴 굴곡이 포스터에 너무 드러나 선정적이라고 말들이 많았지,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