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 기록된 '삼국유사 권4~5' 국보 지정 예고

범어사 소장본으로 5권 중 4~5권만 남아있어
인출시기 가장 빨라 서지학적 가치 높아
"민족 생활상 복원할 사료의 집합체"
  • 등록 2020-06-29 오전 11:38:30

    수정 2020-06-29 오전 11:38:3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고려 일연스님이 쓴 보물 제419-3호 ‘삼국유사 권 4~5’를 국보로 지정 예고한다고 문화재청이 29일 밝혔다. 2002년 10월 보물에 지정된 지 18년 만이다.

삼국유사는 일연스님이 1281년(고려 충렬왕 7년) 편찬한 책이다. 고조선부터 삼국시대의 역사·문화에 관한 설화 등을 종합해 한국 고대사 연구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처음 간행 시기나 간행 여부는 분명하지 않아 일연 스님이 입적하기 전에 간행했다는 설, 1323년(고려 충숙왕 10년)경 무극이 간행했다는 설, 1394년(태조 3년) 경주부사 김거두가 ‘삼국사기’를 중간하면서 함께 간행했다는 설이 있다. 고려시대 판본은 알려지지 않고 현존하는 가장 이른 판본은 1394년 쯤 판각된 조선 초기 판본이다.

이번 국보로 지정 예고된 ‘삼국유사 권 4~5’는 부산 범어사 소장본으로 총 1책이며, 전체 5권 중 권 4~5만 남아 있다. 범어사 초대 주지를 역임한 오성월(吳惺月, 1865~1943)의 옛 소장본으로 1907년쯤 범어사에 기증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동일판본으로 지정된 삼국유사 국보 2건(국보 제306호, 국보 제306-2호)과 비교했을 때 범어사 소장본은 비록 완질(한 질을 이루는 책의 권수가 완전히 갖추어진 책)은 아니지만 1394년 처음 판각된 후 인출 시기가 가장 빠른 자료로서 서지학적 의미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기존 지정본에서 빠진 제28∼30장을 보완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이자, 1512년(중종 7년) 간행본의 오탈자를 확인할 수 있어 현재까지 알려진 삼국유사 판본에 대한 교감(校勘)과 원판 복원을 위한 자료로서 역사·학술적인 중요성이 크다.

범어사 소장본은 서체, 규격, 행간 등에 있어 후대에 간행된 1512년 판본과 밀접한 양상을 보여 조선시대부터 판본학적으로도 중요하게 인식됐다. 단군신화를 비롯해 향찰(신라식 음운 표기방식)로 쓴 향가 14수가 수록돼 있어 우리나라 고대 언어 연구에도 많은 참고가 된다.

‘삼국유사 권 4∼5’는 현존하는 동종 문화재 가운데 가장 빠른 인출본이자 보존상태가 양호해 기타 지정본의 훼손되거나 결락된 내용을 보완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측은 “종교·역사·지리·문학·언어·민속·사상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고대 우리 민족의 생활상을 복원할 수 있는 사료의 집합체라는 인류문화사적 의의를 감안한다면 국보로 지정해 그 가치를 널리 알리고 보존·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삼국유사 권 4∼5’는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보로 지정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29일 보물 제419-3호 삼국유사 권4~5를 국보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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