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평가협회는 협회 소속 전국지회장들이 지난 26일 모여 회의를 열고, 전국 3600여명의 감정평가사 전체가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 업무를 거부하기로 결의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국토부가 예산 절감을 위해 변경하려는 표준지공시지가 방식 때문이다. 현재는 복수의 감정평가사가 표준지 공시지가를 정밀조사해 가격을 산출한다. 국토교통부는 이 조사방법을 ‘기본조사’와 ‘정밀조사’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지가변동률이 1% 이하이고 특별한 지가변동요인이 없는 읍·면·동 지역을 ‘기본조사 지역’으로 선정, 한국감정원을 통해 약식 감정을 하도록 하고 나머지 가격 변동이 큰 지역만 감정평가사들이 현장에서 정밀조사를 하도록 하는 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조사 비용(예산)을 절감하고 감정평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평가업계는 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감정평가협회 관계자는 “이 방식은 종전의 정밀조사와 다를 바가 없다”며 “기본조사 제도의 도입 효력과 근거가 없어진 만큼 정부는 기본조사 제도 도입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정평가업계는 또 정부가 정밀조사 축소 및 기본조사 도입으로 150억원이라는 예산을 절감해 이를 고스란히 한국감정원 예산에 증액하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협회는 이에 따라 정부가 기본조사 제도를 철회할 때까지 당장 9월부터 시작되는 표준지 공시지가와 관련한 업무를 전면 보이콧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감정평가업계의 업무거부에 대해 “궁극적으로 명분도 실리도, 국민들의 지지도 받기 힘든 결정”이라면서도 “표준지 공시지가 조사·평가업무에 타격이 없도록 (감정평가협회와)협의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표준지공시지가는 현재 매년 1월 1일 기준 전국 50만 필지 표준지에 대한 적정가격을 산정하는 것으로 감정평가의 기준과 과세 등 각종 행정목적 지가산정의 기준으로 적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