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류의성기자]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사진)은 30일 "우수한 한국업체들과 제휴를 더 많이 논의하고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에릭 슈미트 회장은 `미디어 빅뱅: 세상을 바꾼다`라는 주제로 SBS가 주최한 서울디지털포럼2007에 특별연설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구글은 한국시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왔으며, 한국에서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 "구글은 경쟁사엔 관심없다..유저가 최고"
에릭 슈미트 회장은 "구글의 포커스는 경쟁사가 아니다. 우리에게 MS의 향후 전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많이 하지만 경쟁사의 전략에 큰 관심이 없다. 우리는 본연의 미션에 충실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또 "연내 더블클릭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며,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 업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광고는 모든 미디어에서 가치가 있고 그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다. 광고는 7800억달러 이상의 시장이 있고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다. 앞으로 광고는 개인화될 것이며 개인화된 광고는 사용자에게 더욱 가치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가 정보로 여겨지고 자리매김하면 가치는 더욱 상승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구글은 지난주 유니버설서치라는 다양한 정보를 한 곳에서 보여주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검색기술은 더 나아질 것이고, 검색은 더 많은 정보 더 정확한 정보를 포함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구글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유저들의 자신만의 체험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아이구글은 정보를 모으고 이해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며 "개인화를 통해 유저들은 더 나은 답과 체험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웹2.0과 웹3.0의 의미 차이에 대해 그는 "웹2.0은 마케팅용어로 생각하며 에이젝스와 결합한 컴퓨터 아키텍처와 관련된 것이며, 웹3.0은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모아둔 것으로 생각한다. 웹3.0은 시장 규모가 매우 클 것이며 이를 통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맵스트리트` 등 새로운 서비스 대기중
이날 구글은 인터넷에서 길거리를 생생하게 볼 수 있는 `맵스트리트`서비스와 구글한글사이트(www.google.co.kr)에 주요 메뉴를 이미지화한 새로운 `유저 인터페이스`를 공개했다.
맵(지도)에서 특정 거리를 클릭하면 그곳의 사진이 뜬다. 특이한 것은 사진을 360로도 돌릴 수 있다는 점. 마치 거리에 서 있듯이 앞뒤좌우로 지역 주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사진에는 거리 간판과 상점들의 모습도 담고 있어 현실감을 높였다. 기존 구글맵과 구글어스의 혼합판이라는 평가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서울디지털포럼 특별연설 도중 맵스트리트 서비스를 선보이자 참석자들의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이 서비스는 카메라가 한 지역에서 특정 방식으로 촬영한 이미지 DB가 구축돼야 서비스될수 있다. 이 서비스는 미국 몇몇 지역에 한해 곧 선보이게 되며, 향후 한국 등 다른 국가에도 서비스될 것이라고 공개했다.
이날 선보인 새로운 구글 한글사이트 초기화면에는 지메일(GMail), 토크, 캘린더, 노트, 툴바, 데스크톱, 피카사와 같은 서비스들을 클릭 한번으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이미지 아이템이 등장했다. 또 기존의 텍스트형태의 주메뉴 버튼 (웹문서, 이미지, 뉴스 등)에 이미지 버튼을 추가하여 시각적인 효과를 높였다. 구글코리아 R&D팀과 미국 본사 엔지니어링팀이 공동 연구개발했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새로운 매쉬업 서비스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혀 궁금증을 자아냈다. 일종의 UCC형 지도 서비스가 될 신규 매쉬업(여러가지 웹 프로그램을 융합해 만든 새로운 서비스를 말함) 서비스는 구글어스의 위성 사진을 바탕으로 여행지 찾기, 아파트 위치확인, 기후변화 징조 확인, 골프장 보기 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가장 좋은 지도 서비스는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직접 찍어서 올릴 수 있고, 오류가 있으면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의 네티즌이 참여해 새로운 정보를 추가 수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구글 측 관계자는 오는 31일 미국과 아시아·호주·유럽 등 전 세계 10개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구글 개발자의 날` 행사에서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앞으로 유저들의 니즈를 적극 반영해 유저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검색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계속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 "올해를 구글코리아의 원년으로"
한국 시장에 대해 그는 "한국 유저들에 대한 서비스가 중요하다"며 "한국업체들과 더욱더 긴밀한 파트너쉽 형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국내 업체들은 많은 제품을 해외에 선보일 기회를 얻게 될 것이고, 다양하게 해외 진출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구글이 유독 한국시장에서 부진한 이유와 전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조원진 구글코리아 엔지니어 사장은 "구글의 철학은 유저에게 있으며, 지난 몇년간은 한국 유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시기였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유저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도록 노력할 계획으로 사실상 올해가 구글코리아의 원년"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가 국내에서 가장 훌륭한 인터넷포털회사지만, 네이버나 다음과의 경쟁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즉 네이버나 다음 등 인터넷포털과 경쟁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 아니라 유저와 광고주 파트너사들에게 수준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는 설명이다.
조 사장은 구글이 선보인 유니버설서치가 네이버의 통합검색을 따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검색결과를 한페이지 안에 정확한 결과를 뽑아 선보이는 기술은 쉽지 않다. 이것이 네이버와 다른 점"이라고 선을 그었다.
저작권 보호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슈미트 회장은 "구글은 저작권을 존중한다. 개인정보 보호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서 엔드유저를 만족시킬 것"이라며 "사용자들의 입장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면서 더욱 존중하게 될 것"이라며 "UCC 저작권과 관련해 저작권보호프로그램인 `클레임유어콘텐트`(Claim Your Content)라는 툴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것은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 콘텐트가 업로드되면 해당 저작권자가 이를 삭제할 수 있고, 다시 게재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다.
그는 "한국은 거대한 실험실로,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80%를 넘었다. 한국은 혁신의 역사가 강해 앞으로 수십년간 전세계 인터넷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 한국정부가 통찰력이 있어 한국은 브로드밴드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한국은 앞으로 웹기술과 비지니스 애플리케이션을 잘 접목한다면 충분히 글로벌 리더가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 손학규 전 지사와 민주주의 공방(?)
한편 슈미트 회장은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와 민주주의에 대한 가벼운 공방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특별연설 후 Q&A시간을 갖자, 손 전 지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영어로 인터넷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이를 민주주의와 연관시켜 질문을 던졌다.
손 전 지사는 "구글이 정보에 대한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구글없이 정보 접근이 어려워진다. 결국 정보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게 된다면, 구글은 조지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의 통제가 미래의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해 슈미트 회장의 의견을 물은 것.
그는 "많은 비판자들이 부정적인 미래를 언급하며 민주주의를 방해한다고 말하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모든 도구들은 현명한 이용자들이 사용함으로써 발전해 나가게 된다"고 답했다.
슈미트 회장은 "정보와 아이디어를 많이 살펴보고 공유할수록 더 많은 견제와 균형이 적용될 것으로 생각한다. 인터넷은 전세계에 민주주의에 있어서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에릭 슈미트 회장은 구글의 경영실무를 맡고 있는 총 지휘자다. UC버클리 공대 컴퓨터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벨연구소와 선마이크로시스템즈를 거쳐 노벨사의 CEO를 역임했다. 구글 창립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브린은 전략 구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