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그들만의 IPTV

  • 등록 2006-11-23 오후 5:58:20

    수정 2006-11-23 오후 5:58:20

[이데일리 이학선기자] 텔레비전을 인터넷처럼 활용할 수 있는 IPTV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해외에선 진작부터 시행되던 서비스가 국내에선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2일부터 시범서비스가 시작됐는데요.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합니다. IPTV를 통신으로 볼 것이냐 방송으로 볼 것이냐를 둘러싸고 의견대립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이학선 기자는 IPTV를 둘러싼 다툼은 그만 두고 먼저 국민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 합니다.   

KBS 드라마 `열아홉 순정`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TV화면에 "나 오늘 늦어. 부장이 긴급회의를 ㅜㅜ"이라는 휴대폰에서나 볼 수 있는 문자메시지가 뜹니다.

이를 본 주부 김미래 씨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습니다. 결혼 2주년을 맞아 일찍 들어오라고 신신당부했고 TV를 보고 생전 처음 만드는 요리까지 고생끝에 준비해놨기 때문입니다.

`들어오기만 해봐`라며 잔뜩 벼르던 김 씨는 리모컨을 집어 들어 영화 한 편을 고릅니다. 화면에 잡힌 장소가 어딘지 궁금해 리모컨을 눌러보니 연애할 때 남편과 함께갔던 남이섬이었습니다. "그땐 좋았는데…"라는 한숨이 절로 나오는군요.

가정주부라면 종종 겪어 봤을 만한 상황인데요. 김미래씨의 경우 중요한 건 이 모든 일에 TV가 끼어 있다는 겁니다. 그동안 앉아서 보기만 했던 TV가 이젠 휴대폰을 대신하고 요리강사가 됩니다. 또 TV를 통해 채팅을 하고 선생님과 대화하듯 영어회화를 공부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드라마를 보다가 주인공이 입은 옷을 찾아서 구매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쉽게 말해 인터넷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TV에서 구현할 수 있는거죠. 요즘 한참 말이 많은 IPTV가 바로 그것입니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는 각각 6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달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위에서 예로 든 기능이 모두 제공되지는 않지만, 일단 시범사업이라도 시작됐으니, 앞으로는 더 많은 기능을 기대해봄직 합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IPTV사업을 어떻게 관리 감독할 것이냐를 놓고 관련 기관 간에 `밥그릇 싸움`이 좀처럼 끝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범사업 자체도 졸속으로 이뤄져 성과가 있을지 걱정입니다.

정통부와 방송위원회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통신·방송 기술의 호환성 검증 ▲다양한 비즈니스모델 검증 ▲이용자 행태분석 등 만만치않은 성과를 남기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범사업 기간이 고작 한달 정도에 불과해 이 모든 것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또 시범사업은 당연히 상용화를 목표로 해야 할텐데 양측의 의견차가 심해 정작 상용화가 가능할지 의구심을 낳고 있습니다. 정통부와 방송위가 기구통합 문제로 기싸움을 벌이는 와중이라 문제해결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이달 초 유영환 정통부 차관은 기자들을 만나 "IPTV 문제는 방송통신 조직융합 이전이라도 가능하도록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기구통합전 서비스를 시행하겠다는 얘깁니다.

그러자 방송위가 펄쩍 뛰었습니다.

조창현 방송위원장은 "방송위와 정통부가 통합하려는 취지는 양 기관간 업무중복 등 이중구조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것 아니겠냐"며 "IPTV 문제는 기구통합 후 해결해야한다"고 반박했습니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워낙 첨예한 사안이다보니 업계에서도 의견이 나뉩니다. IPTV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통신업체들은 양 기관간 밥그릇 싸움에 새로운 성장산업이 막혀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고 케이블TV 등 방송업체들은 정통부가 너무 성급하게 나가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집니다.
 
여기에서 소외된 것은 결국 국민이라는 것이 문제죠. 기술적으로 언제든지 시행가능할 만큼 준비를 해놓고도 각각의 입장이 모아지지 않아 제대로 이용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혹시 정통부나 방송위, 통신업체나 방송업체 모두 `밥그릇 싸움`이라는 그들만의 리그에 빠져서 정작 중요한 국민을 잊고 있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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