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기성기자] 기업용솔루션업체인 미라콤아이앤씨로 넘어간 국내 4위 시스템통합(SI)업체
현대정보기술(026180)이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역임한 박병재 대표이사 회장체제로 출범했다.
현대정보는 29일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이날 신임 등기이사로 선임된 박 회장을 대표이사로 공식 임명했다. 지난해말 현대차 부회장에서 물러난 박 회장은 미라콤 컨소시엄에 영입돼 지난달 17일부터 현대정보 회장으로 일해왔다.
미라콤 컨소시엄은 현대정보 지분 59% 인수를 완료,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또 전략적 제휴차원에서 10%를 인수, 2대주주로 참여하는 한국HP 등 컨소시엄 구성을 일단락지었다.
현대정보의 새출발은 그룹계열사 중심으로 짜여있는 대형 SI업계에서 독립 SI업체가 탄생했음을 의미한다. 시험무대에 오른 셈이다. 또 한국HP의 지분 참여는 국내 SI시장을 둘러싼 해외 유수 IT서비스업체의 경쟁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박회장 체제는 현대그룹과의 끈이 떨어진 이상 범 현대그룹 23개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시스템관리(SM)의 유지 여부 등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박 회장체제 출범..이사진 완전 물갈이
이날 주주총회에서 박 회장, 윤석일 전 세종연구소 연구원, 백원인 미라콤 사장, 윤창렬 전무(전 미라콤 상무) 등 4명이 새로운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또 김성희 전 은행감독원 부원장보, 허만조 전 금융감독원 신용감독국 국장을 사외이사로, 정진우 전 미국 정앤시걸로펌 대표 변호사를 감사로 임명했다.
반면 기존 이사진중 임기만료된 김선배 사장과 석민수 고문은 물러났다. 임기중인 신웅식, 김병일 사외이사도 사의를 표명했다. 이로써 이사진은 미라콤 측 인사로 완전 물갈이됐다.
주총에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는 박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또 윤창렬 전무를 CFO로, 윤석일 이사를 경영지원실장에 임명했다. 사장은 공석으로 남겼다.
◇미라콤 `컨`구성 일단락..한국HP 2대주주로
미라콤 컨소시엄은 지난달 현투증권(현 푸르덴셜증권)으로부터 현대정보 지분 31.63%를 인수한데 이어 27일 하이닉스 보유지분 31.87%중 27.5%를 인수, 최대주주(59%)로 올라섰다. 한국HP는 이중 10%에 참여해 2대주주가 된다. 이를 위해 미라콤은 이날 한국HP와 지분 양도 및 전략적 제휴를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박병재 회장은 "한국HP와의 계약으로 컨소시엄 구성은 일단락됐다"며 "더이상 다른 주체의 컨소시엄 참여는 없다"고 말해 그동안 항간에 떠돌았던 범 현대그룹의 지분 참여가 없음을 시사했다.
◇한국HP 참여, 하드웨어 점유율 높이기 위한 계산
한국HP의 지분 참여는 현대정보가 맡고 있는 현대그룹 계열사 시스템관리(SM) 서비스의 일부를 자사가 대행하는 식으로 국내 대기업 IT아웃소싱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현대정보를 통해 저가로 하드웨어를 금융과 공공권에 공급, 하드웨어의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를 통해 하드웨어 및 솔루션 수주경쟁에서 한국IBM 등 경쟁사들에 비해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을 만회해 보려는 전략이다.
현대정보 입장에서는 여유공간이 충분한 마북리 데이터센터의 일정공간을 한국HP에 임대해 일정 부분의 서비스 수수료를 받을 수 있고, HP의 선진적인 아웃소싱 방법론도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면으로 평가된다.
◇범 현대가 SM 지속여부 등 해결과제 많아
가장 큰 관심사는 독립 SI업체를 내걸고 있는 현대정보가 이제 특별한 관계가 없는 범 현대그룹 23개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SM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따낼 수 있을지 여부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범 현대그룹 SM은 계약에 의해 진행되고 있지 않냐"며 "현대차의 SM 부문도 이제부터 영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당장은 SM 사업자 교체에 따른 위험부담 때문에 이달부터 본격화하는 회사별 SM 연장 계약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몇 년 뒤에는 이들의 충성도가 상당히 떨어져 SM 연장계약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또 한국HP가 2대주주로 참여하는 이상 IBM 등 다른 외산장비를 사용하는 금융권 등 수요처에 대한 영업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HP가 다른 외산 하드웨어를 사용해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쉽게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대그룹의 지원이 사라지고 중소기업이 주인이 된 현대정보에 대한 금융권과 공공기관의 신뢰도 하락 위험도 해결과제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