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오호 통재! 코스닥 해법찾기

  • 등록 2002-10-15 오후 5:30:04

    수정 2002-10-15 오후 5:30:04

[edaily 박호식기자] 코스닥시장이 이번주들어 방긋하면서 한숨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스닥지수는 지난 주 만해도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시장의 "존폐론"까지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코스닥위원회 위원장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코스닥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까요. 코스닥시장을 지켜보고 있는 증권부 박호식 기자가 나름대로의 소회를 정리해봤습니다.


기자는 최근 취재원들에게 물었습니다. "코스닥시장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하나만 얘기해달라"는 게 질문의 요지였습니다. 질문의 대상은 코스닥위원회 관계자를 비롯해 코스닥기업 주식담당자,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 증권사 영업점 직원 등입니다.

물어본 상대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응답 표본이 많지 않다 보니 변별력에 대해선 다소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표본의 수가 많더라도 답변의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답변을 그대로 소개해봅니다.

◇코스닥위원회 관계자: 투자자 불신(대주주 등 주가조작)
◇코스닥기업 주식담당자: 주가조작, 정경유착(하나를 꼽으라면 주가조작)
◇증권사 애널리스트: 깡통과 대박(하나를 꼽으라면 깡통)
◇증권사 영업점직원: 부실, 급등락, 난장판, 성장성(하나를 꼽으라면 난장판)

이들의 답변은 제 생각하고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결국 응답자들이 언급한 단어를 연결하고 보니 코스닥시장의 부침이 그대로 표현된 것 같습니다. 성장성 높은 기업들의 시장을 만들기 위해 코스닥증권이 개설됐고 그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지난 99년 하반기부터 2000년 초반에 걸쳐 시장이 급팽창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너도나도 코스닥시장에 들어왔고 "한번 오르면 죽이게 올라주는" 코스닥종목들에 매료돼 개인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끝없이 성장할 것 같았던 IT산업(신경제라고도 표현된)이 세계경기 둔화와 함께 불황의 터널을 어렵게 지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성장성에 주목해 개설된 세계 주요국의 IT관련 신설 시장들도 생존과의 싸움을 전개중입니다. 독일 증권거래소인 도이체 뵈르제는 지난달 "노이어 마르크트"를 내년 초 폐쇄하고 프랑크프르트 증시에 통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본의 "나스닥재팬"과 스위스의 "뉴마켓"은 이미 폐쇄를 결정했습니다.

이들 시장의 폐쇄 결정은 세계적인 IT경기의 침체가 주원인이겠지요. 코스닥시장도 그 영향에선 예외는 아니지요. 다만 "시장의 불신" 등 몇 가지 더 첨언할 요인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IT경기침체와 투자자 불신이 합쳐지면서 코스닥은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거래소시장에 비해 경쟁력이 저하된다고 판단한 기업들은 "탈 코스닥"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코스닥의 간판종목인 엔씨소프트도 최근 거래소 이전을 결정했습니다.

거래소 이전을 결정한 코스닥기업들은 "코스닥시장이 투자자의 신뢰를 잃었고 외국인이나 기관이 모두 외면하고 있다"고 이유를 댑니다.

이 같은 탈 코스닥에 대해 도덕적으로 나무랄 일은 아닐 겁니다. 2년 전 거래소시장에 있던 메디슨이나 다우기술같은 기업은 코스닥시장으로 오기 위해 노력한 적도 있습니다. 시장상황이 그 때와는 정반대로 펼쳐지면서 탈 코스닥 현상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것으로도 보입니다.

따라서 떨어져나가는 기업을 막는 것보다 시급한 것은 코스닥시장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IT경기가 악화된 상황(또는 거품이 제거되는 시점)에서 주가가 옛날 같지 않은 것이야 당연한 일이고 이미 저질러진 각종 부정행위(주가조작 등)로 인한 신뢰상실도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지요.

그렇다고 비IT우량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진입을 까다롭게 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 할 수 도 없습니다. "똑같은 시장을 만들려면 거래소시장과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과 "코스닥시장은 벤처기업이 기술개발 등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차별화 된 시장이 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당연한 구호가 아니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입니다. 지금 코스닥위원회 안팎에서 이뤄지고 있는 "우량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떼어놓는 것"에 대한 논의를 심각하게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문제기업을 한 곳에 모아놓거나 시장에서 빨리 퇴출시키기 위한 추가적인 방책을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기업이 문제기업인 지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근거를 마련한 뒤 문제기업을 어떻게 분리하고 퇴출시킬 것인지 지혜로운 방안이 나왔으면 합니다. 물론 투자자들의 인내와 고통이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이와 함께 시장을 어지럽히는 물고기(?) 떼를 어떻게 없앨 것인지도에 대한 정책적 고민도 더욱 필요합니다. 처벌을 강화하자는 얘기는 구문이니까 그렇다 치고, 다음과 같은 지적에 대해서도 당국자들이 귀를 기울였으면 합니다.

"최근 도산, 퇴출되는 기업들과 관련된 각종 사건은 더 이상 주식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며 증권거래법이나 금감원 등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검찰를 비롯해 금감원, 국세청, 상장 및 등록협의회와 증권유관기관 등 감독당국과 시장참여자 모두의 중지를 모을 수 있는 테스크포스(T/F) 팀이 구성돼 문제발생 초기에 발본색원해야 한다. 시장을 교란시키는 자들은 단순한 시세조정자들이 아니라 경제사범이며 그 이상의 범죄자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의동 코스닥위원장은 "관계자들로부터 코스닥 회생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들었고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지켜볼 일 입니다.

그런데 어제 오늘 코스닥시장이 반등했습니다. 혹시 코스닥시장의 존폐문제 거론에 따른 심각한 대책논의가 필요 없어진 것은 아니겠지요. 누군가는 얘기했습니다. "사랑의 비극은 죽음도 이별도 아닌, 무관심이다". 코스닥의 비극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도 모른 채 한 모두의 무관심 때문은 아니었는지 곱씹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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