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도전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쌓은 수천만명의 고객 빅데이터만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기엔 AI 경쟁 핵심인 ‘스케일’ 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큰물’인 북미에서의 새로운 도전으로 현지 빅테크, 스타트업들과 생태계를 만들어 AI 시장 입지를 다져 나가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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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근 SK텔레콤 GPAA사업부장은 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 2025’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홀 SK그룹 전시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글로벌향 개인 AI 에이전트 ‘에스터(A*·Aster)’를 소개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한국서 열린 ‘SK AI 서밋’에서 에스터 개발을 최초로 알린 바 있다.
에스터는 현대인의 일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AI 에이전트다. 정 부장은 “북미 현지 조사 결과 바쁜 현대인들은 AI가 함께 계획을 세워주고 잊어버린 것을 상기시켜 주면서 상황이 바뀌었을 때 대처까지 해주길 원한다”며 “또 시중에 AI 관련 서비스가 너무 많기 때문에 통합해서 하나의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요구도 있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라스베이거스에 출장 온 사람이 ‘마지막 날 아무런 계획이 없는데 뭘 해야 할까’라고 물으면 에스터는 쇼핑과 맛집 방문, 공연 관람 등 제안을 통해 이용자 요구를 파악하고 그에 적절한 계획을 세워준다. 이용자가 공연 관람을 원하면 적합한 공연을 추천하고 공연 장소 주변 식당과 교통편까지 상세히 소개한다. 이용자가 전체 일정을 짤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에스터는 각 일정에 대한 리뷰 확인과 예약, 결제까지 한 번에 실행하도록 도와준다. 이를 위해 다양한 서드파티 에이전트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것이 SK텔레콤의 구상이다.
답변만 하는 AI 벗어나 ‘손안의 개인비서’로
예정된 계획 상황을 다양한 형태로 알려 이용자가 일정을 놓치지 않게 하고 능동적이고 적절한 제안을 해주는 것도 SK텔레콤이 에스터에 기대하는 역할이다. 가령 라스베이거스로 출장 온 이용자에게 ‘다음 주가 당신의 딸 생일인데 출장 중 기념품을 구매하는 건 어떠세요?’라고 묻는 식이다.
이게 가능해지려면 현지에서 이를 수행해줄 수 있는 기업들과 협업이 필수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은 에스터를 통한 AI 생태계 확장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대규모 AI 서비스 수요가 필요한 빅테크, 합리적 가격의 AI 서비스 공급을 원하는 텔코(통신사),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려는 서드파티 개발사들이 에스터라는 ‘AI 허브’에서 공존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사례로 SK텔레콤은 생성형 AI 기반 대화형 검색 서비스 ‘퍼플렉시티’를 에스터에 탑재하는 등의 파트너십을 추진 중이다.
SK텔레콤은 오는 3월 북미 사용자 대상으로 에스터 베타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서비스는 구글이나 애플 등 다양한 스마트폰 운영체제에서 내려받아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 형태다. 이번 CES 기간부터 베타 서비스 참가자 모집을 시작하며 SK그룹 전시관과 웹페이지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이후 올 하반기 미국 정식 출시를 거쳐 내년에는 다른 국가들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오전 SK그룹 CES 전시관에서 에스터 시연에 참여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AI 어시스턴트는 새로운 대세인 에이전트로 가고 있고 향후 아바타라는 콘셉트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며 “AI 에이전트인 에스터는 우리가 글로벌 무대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테스트해보는 차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