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밀 가격 내림세를 근거로 국내 밀가루와 라면은 가격 인하의 여지가 있었지만 원유 가격 인상이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유가공 제품은 그렇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라면 가격 인하를 위해 제분업계가 고통분담에 나섰듯 유가공 제품 가격 안정을 위해선 유업계 뿐 아니라 낙농가의 동참이 필수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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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유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서울우유와 함께 한국유가공협회 회원사인 매일유업, 남양유업, 빙그레, hy 등 유업체 14곳을 불러모아 “과도한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9일부터 낙농진흥회 소위원회가 올해 원유 가격을 정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이같은 행보는 원유 가격 인상에 따른 유가공 제품 가격의 연쇄 인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선제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달 라면·제분업계를 겨냥한 전방위적 압박을 펼친 결과 이달부로 일부 라면·밀가루 제품은 5% 안팎 가격을 인하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라면 가격 인하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같은달 26일 농식품부가 제분업계 간담회를 통해 밀가루 가격 인하를 압박한 결과였다.
“원가 열쇠 쥔 낙농가 두고 왜 유업계만” 불만 고조
다만 유업계는 앞선 라면·제분업계와 처한 상황이 다를 뿐만 아니라 낙농가를 배제한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B사 관계자는 “낙농진흥회 소위원회에서 정부, 낙농가, 유업체 등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유가공 제품의 원재료인 원유 가격을 논의하는 마당에 왜 유업체들만 다시 따로 불러 최종 제품가 인상 자제를 요청하나”라며 강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원재료비 수준을 결정하는 열쇠는 결국 낙농가가 쥐고 있는데 이들에겐 아무 말 못하고 최종 제품 생산업체에게만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원유 가격 협상은 난항 중이다.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당초 지난달 30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방침이었지만 ‘더 올리려는’ 낙농가와 ‘낮추려는’ 유업계 간 입장차로 오는 19일로 협상 기한을 연장한 상태다.
C사 관계자는 “유업계 뿐 아니라 정부 역시 원유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하고 싶지만 낙농가의 반발을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소비자 물가에 대한 관심이 극대화되는 추석 이후 인상 폭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주요 유가공 제품 가격 조정 여부도 그때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유업계 특성상 총대를 멜 만한 대표 업체가 없어 대부분 인상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