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 의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잔혹한 전쟁에도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았다. 우크라이나는 독립과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으며 절대로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의회로 이동해 약 30분 동안 연설을 진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입장했을 때 상·하원 의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2분 가량 그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일부 의원들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며 환영했다. 연설 도중이나 연설을 끝마친 뒤에도 여러 차례 기립박수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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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에서 가장 먼저 미국의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당신(미국)의 돈은 자선금이 아니다. 그건 가장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건내준 세계 안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투자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테러리스트들이 침공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해달라”며 대(對)러시아 제재를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세계 질서 회복은 우리의 공동 과제다. 부당한 침공을 시작한 모든 사람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러시아를 강력 규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기가 끊겼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인들은 올해 크리스마스에 촛불이 켜 축하할 것이다. 전기는 끊겼을지 몰라도 우리 자신에 대한 믿음의 빛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며 승리를 다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들(러시아군)을 막지 않으면 이들이 다른 동맹국을 공격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이 전쟁이 우리의 아이들과 자손이 어떤 세상에서 살게 될지를 규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의 간절한 호소에도 내년 미국의 지원이 지속될 것인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내년 1월 출범하는 차기 의회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기 때문이다. 이날 연설이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선 “좋았다”고 호평하면서도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만 백지수표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차별적 지원을 남발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 독립전쟁 당시 결정적 승리를 거둬 전황을 뒤집었던 새러토가 전투를 인용하는가 하면,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연설 문구를 차용하기도 했다. 이 역시 지속적인 지원을 얻기 위해 의원들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라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