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왼쪽 발목 인대가 끊어진 것이 알리져 결국 수술대에 오르게 된 박지성은 팀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약 3개월간 공백을 피할수 없게 되었다. 소속팀 맨유는 물론이고 국가대표팀으로서의 박지성의 공백은 적지않은 손실이다.
그나마 대표팀이 사실상 아시안컵 본선행을 95%이상 확정지으며 연말까지는 남은 일정에 대한 부담을 덜었지만, 당장 프리미어리그 선두와 챔피언스리그 32강전에 매경겨 진검승부를 펼쳐야하는 맨유로서는 주전과 벤치를 오가며 항상 제몫을 다해주는 멀티플레이어 박지성의 빈 자리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지성의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때 이번의 공백은 어쩌면 빡빡한 리그와 대표팀 일정에서 벗어나 잠시 자신을 돌아볼수 있는 재충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난 2년간 박지성은 숨돌릴틈없는 일정을 소화해왔다.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 소속으로 에레디비지에 우승과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의 주역이었고,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진출, 지난 시즌 내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여기에 명실상부한 국가대표팀의 간판으로서 한국의 6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과 독일월드컵의 선전을 이끌었다.
이로 인해 박지성은 지난 2년간 쉴 시간을 거의 갖지 못했다. 지난 아시안컵 이란과 대만전에서도 기대 이하의 플레이로 실망감을 안겼지만, 이것은 이미 지난 월드컵 본선때부터 누적된 피로였다.
독일월드컵에서도 박지성은 부상을 참아가며 토고전과 프랑스전에서 맹활약하기는 했지만, 지난 한일월드컵에 비해 체력은 많이 떨어져 있었고, 상대의 집중마크에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시 아드보카트 감독도 험난한 유럽리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박지성의 컨디션 회복이 늦어져 속을 태우기도 했다.
국내팬들의 기대치가 높다보니 과도한 일정에 따른 부담과 주전경쟁에 관련한 스트레스조차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수는 역시 무쇠가 아니다. 지난 시즌 그동안의 선수 시절 중 가장 힘든 한해를 소화했던 박지성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왼쪽 발목 치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재충전이다.
어차피 잠시 휴업이 결정된 만큼 쉴때는 차라리 제대로 쉬어야한다. 박지성의 고질인 발목인대나 무릎부상은 선수인생을 단축할수 있을정도로 위험한 부위다. 이제는 복귀를 서두르기보다 충분한 재활을 통해 완전한 몸상태를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 소속팀에도, 국가대표팀에게도 바람직하다.
이번 부상을 통해 박지성은 주전경쟁이나 화려한 활약만큼이나 최고의 무대에서 살아남기위해서는 안정된 몸관리와 완급조절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깨닫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잠시 쉬었다 돌아온다 할지라도 경기는 계속되고 축구는 끝이 없다. 박지성의 축구인생도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