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양미영기자] BoMS 멤버인 굿모닝신한증권 김일구 연구위원은 "미국 경상적자는 미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미국이 미국민에게 강요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유럽과 일본 아시아가 금융완화에 나서기 전에 미국의 금리인상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연말까지 오히려 긴축적인 나라들이 금융완화를 하게 될 것이라며 금융완화는 금리 인하 보다는 재정지출로 나타날 수 있으며 결국 유동성 방출로 금리인하와 비슷한 효과를 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지출로 인한 유동성 방출은 금리 인하 효과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큰 나라들이 모이면 보통 성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성장은 파이를 키우는 것으로서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건설적인 얘기들이 많이 오가고 서로간에 인상을 찌푸릴 일도 별로 없다.
그러나 지금은 이 나라들이 모이면 성장보다는 불균형에 대한 이야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지난 1년간 국내뉴스를 보신 분들은 다들 감각적으로 아시겠지만, 파이를 키우기보다 쪼개는데 집중하다보면 말도 많고 탈도 많게 마련이다. 지금의 세계경제가 그러한데, 파이를 키우는 것보다 쪼개는데 더 신경을 쓰다보니 자연히 서로간에 고성이 오가고 환율이 요동을 치고, "당신 나라 나라 금리가 너무 높으니 낮춰라"느니 "너희 금리가 너무 낮지 않으냐. 너희가 금리를 높여라"는 내정간섭도 많아지고 있다.
세계가 불균형에 신경을 쓰는 것은 지금처럼 미국주도의 절름발이 성장이 계속되면, 세계경제는 미국의 적자누적으로 인해 조만간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불균형을 조정하기는 해야겠는데 누가 얼마만큼의 부담을 지면서 불균형을 조정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다.
교과서를 보면 금본위제 시대에는 불균형이 자동적으로 조절되도록 하는 "자동조절 메커니즘"이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금이 곧 돈이었는데, 지금처럼 미국이 경상적자를 많이 보게 되면 미국에서 금이 빠져나가면서 돈이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통화긴축이 나타나고, 그러면 사람들이 지출을 줄여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불환지폐제도로 중앙은행이 마음대로 돈을 찍어낸다. 이 때문에 국제수지 불균형의 조정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국제통화체제를 연구했던 Kindleberger의 글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기축통화국은 자동조절 메커니즘의 지배를 받지 않았고, 약한 나라들만 자동조절 메커니즘의 지배를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경우를 보자. 97년에 달러화가 빠져나갔을 때 우리는 허리띠를 졸라매서 지출을 줄이고 수출을 늘려 달러화를 사오지 않았던가. 이것이 바로 자동조절 메커니즘이다. 금본위제 시대에도 영국은 자동조절 메커니즘의 지배를 받지 않았다. 영란은행이 재할인율을 조금만 올려도 전세계 금이 런던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에, 굳이 사람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통을 겪도록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미국이 자동조절 메커니즘의 지배를 받으려 할까? 절대로! 네버! 그러지 않을 것이다. 금리를 조금만 움직이면 전세계 달러화가 왔다갔다 하는데 왜 국민들에게 고통을 강요해야 하는가? 유럽이 미국에게 "너희들 경상적자는 가계의 저축률이 너무 낮고 재정적자가 너무 커서 생긴 문제이니까 너희들 구조조정해라"(한달전쯤이던가 박승총재께서도 똑같은 말씀을 하신 것 같은데)라고 아무리 요구해봤자 먹힐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미국은 전성기 시대의 영국만큼이나 강력한 헤게모니 국가이니까.
고정환율제도가 무너지던 71년 당시 미국의 재무장관 Connally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The dollar may be our currency, but it"s your problem(달러화 가치에 문제가 생겼을 때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허리띠를 푸는 번거로움 혹은 고통은 미국민의 것이 아니라 당신네들의 것이다)." 미국의 경상적자는 미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유럽과 일본과 아시아가 허리띠를 풀어야만 해결되는 것이다. 유럽과 일본과 아시아가 금융완화(금리인하 혹은 통화증발)에 나서기 이전에 미국이 먼저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 헤게모니 국가들은 그런 수고를 해 준 적이 없다.
올해 연말까지 보았을 때 채권시장의 빅 이벤트는 긴축적인 나라들이 한번 더 금융완화(reflation)를 하는 것이 될 것이다. 뭐 꼭 금리인하가 아닐 수도 있다. 요즘 한국은행 리포트를 보면 결론이 한결 같은데, 대략 "국제적인 압력으로 어쩔 수 없이 원치않는 금융완화 정책을 또다시 해야 한다면, 금리인하는 하지 말고 재정지출로 하자."는 뉘앙스로 들린다.
우리의 판단으로는 재정지출을 하게 되더라도 대규모 유동성 방출로 인해 몇달간은 금리인하와 비슷한 효과를 내게 될 것이다. 올해 내내 펀더멘털보다는 유동성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수가 얼마나 좋아졌다느니 주가가 어떻느니 4.70% 저항이 어떻느니 하는 것들은 오프닝 세러머니 정도로 여기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