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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는 델타항공이 조 회장측 백기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 KCGI가 조 회장측과의 지분 경쟁 게임에서 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KCGI측은 조 회장측에 만남을 요청하는 등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라 양측 갈등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KCGI측, 지분 경쟁에선 밀려..지분 격차 18~23%포인트
KCGI와 조 회장간 갈등은 내년 3월 주주총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23일 조원태 회장과 공석이 된 고(故) 조양호 전 회장 등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1명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KCGI측은 그동안 조 회장측에 요구했던 경영개선 사항들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진 교체를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조 회장측은 임기 연장을 통해 경영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할 전망이다.
주주총회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지분 확보가 중요한데 지분 경쟁에선 KCGI측이 한참 밀려있다. 델타항공이 조 회장측의 백기사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델타항공이 조 회장측의 손을 들어줄 경우 조 회장측의 지분은 34.06%(조 회장측 28.93%+델타 5.13%)로 KCGI측 지분(15.98%)와 무려 18.08%포인트 차이가 나게 된다. 더구나 델타항공이 10%까지 지분을 늘리기로 한 만큼 지분 격차는 22.95%포인트로 커질 수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분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선 (한진칼 주가 2만7000원선 기준) 3913억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며 “신규 자금 출자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단기간 내 KCGI가 지분 격차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KCGI는 5개 펀드를 통해 각각 SPC(특수목적법인)를 세워 한진칼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미 4개 펀드가 평가 손실이 난 상황이라 자금 모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취득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한진칼 주가가 33.6%나 급락하면서 평가손실이 커졌다. 또 보유 지분의 3분의 1인 5.51%는 증권사, 저축은행 등 주식 담보대출에 매여 있어 주가 추가 하락시 반대매매는 물론 이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최근 조 회장 측이 주식담보대출 등이 걸려 있는 지분을 7.75%에서 5.29%로 축소한 것과 대비된다.
조 회장측에 만남 요청한 KCGI..지분 상속 배분 변수도 남아
그나마 한진칼 12%의 지분을 보유한 KCGI1호 펀드, 그레이스홀딩스의 매입 단가가 2만5000원이라 평가 손익이 유지되고 있다. 이 펀드는 만기 14년, 10년 환매 금지라 KCGI로선 한진칼을 조기 매각할 가능성도 낮단 평가다.
KCGI측은 연초 한진칼에 대한항공 부채 비율 축소와 신용등급 상향 등을 위한 경영방안을 제시했으나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은 작년 말 747%에서 올 3월 말 819%로 증가했다. 정연승 연구원은 “예상과 달리 설비투자가 증가하고 잉여현금흐름 감소가 불가피해 차입금 감소 여력이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KCGI측 입장에선 조 회장측이 KCGI측의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절대 다수인 소액주주 지분을 KCGI측의 우호지분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을 3%대로 추정되고 델타를 제외한 외국인 지분은 6% 정도라 소액주주 지분이 40%에 달한다. 소액주주들이 무조건적으로 대주주의 의견을 들어줄 가능성은 낮단 평가다. 실제로 올해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으로 횡령·배임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는 즉시 이사직을 상실하는 이사 자격 제한 관련 정관변경 안건을 내놨는데 찬성 48.7%, 반대 49.3%로 간발의 차로 부결됐으나 소액주주들의 찬성 비율이 19.4%로 반대 비율(9.1%)보다 두 배 이상 됐다.
아직까지 고 조양호 전 회장 사망 이후 한진칼 보유 지분에 대한 상속 배분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변수다. KCGI측은 이런 상황에서 조원태 회장이 회장직 선임 절차의 정당성을 제기하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조 회장측에선 상속세 납부는 물론 상속에 따른 지분 배분이란 과제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