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인 땅을 도시계획 지역으로 묶은 뒤 10년 이상, 심지어 30년이 넘도록 방치하고 있는 경우가 전국적으로 3억2151만평(106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 전체 면적의 1.8배, 여의도 면적의 무려 126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무계획적이고 행정편의적인 도시계획 지정이 국민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5일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면적은 작년 말 현재 경기도(140.8㎢), 경상남도(127.7㎢), 경상북도(100.5㎢) 등 모두 1061.8㎢에 이른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란 도시의 특정 땅을 도로·공원·학교용지 등 53개 시설부지로 묶어 놓은 채 10년 이상 도시계획을 집행하지 않은 곳이다. 도시계획 시설로 지정되면 개발이 제한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땅값이 떨어지고 매매 자체가 어려워 땅 주인은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본, 독일 등 외국에선 재산권 보호를 위해 3~5년 이내에 도시계획을 추진하거나, 아니면 계획 자체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0년부터 도시계획 지정 후 10년 넘은 땅을 지자체에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매수청구(請求) 제도가 도입되기는 했다. 그러나 매수청구 대상이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3%에 불과한 `대지`로만 한정돼 있어, 전답·임야·잡종지 소유자는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10년이란 기간도 외국에 비해 너무 길다는 지적들이다.
현재로선 장기간 방치된 도시계획이 조기 집행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미집행 도시계획을 원래대로 추진하려면 토지보상비와 건축비를 합쳐 118조7786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한해 전체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한국부동산연구원 유해웅 부원장은 “개인의 재산권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장기간 방치된 도시계획 중 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재정적으로 시행 가능한 사업 중심으로 도시계획을 전면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