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같은 유명인들이 즐겨 신는 스니커즈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명품 스포츠 브랜드 ‘골든구스’가 올해 유럽 증시에서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혔지만, 최근 유럽 정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돌연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 중국 베이징의 한 매장에 이탈리아 하이패션 스니커즈 브랜드 골든구스의 스니커즈가 진열되어 있다.(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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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골든구스 소유주인 영국의 사모펀드 퍼미라는 성명을 통해 “이달 유럽의회 선거와 프랑스 총선 소집에 따른 시장 상황의 심각한 악화로 인해 IPO를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FT에 골든구스의 상장 연기 결정은 하루 동안 정신없는 논의 끝에 내려졌으며, 공모가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지만, 상장 이후 잠재적으로 부정적인 시장 반응에 대한 우려가 컸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유럽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지난 9일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세력의 급부상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절반 넘게 남은 임기 내 국정 동력을 확보하겠다며 의회 해산과 갑작스러운 조기 총선 발표로 사회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 혼란에 파리 증시는 하락세가 이어져 2년도 채 되지 않아 영국에 ‘유럽 증시 최대 시장’ 타이틀을 내주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자들은 유럽의회 선거 후 시장 상황이 지나치게 변동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한 투자자는 FT에 “모든 징후가 유럽에서 조심스럽게 행동하라고 말하고 있다”며 “일부 투자자들이 냉담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3년 전 영국 런던 증시에 부츠 브랜드 닥터마틴을 상장했다가 주가 급락 상황에 처했던 퍼미라로서도 골든구스 상장에 위험 부담을 낮추고자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골든구스 매장에서 한 직원이 서 있다.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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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상장 연기는 골든구스가 공모가를 책정하기 하루 전 이뤄졌다. 공모가는 주당 9.75유로(약 1만4500원) 정도로 책정됐으며, 상장 관계자 측은 ‘적정가’라고 말했다.
다만 공모가 범위의 하단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 후 이뤄진 결정에 일각에선 골든구스 측이 원하는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IPO를 연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든구스 측은 이번 IPO로 6억 유로(약 8902억원) 상당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골든구스의 IPO를 앞두고 지난주 인베스코는 1억 유로(약 1484억원)를 투자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 명품 업계는 경기침체에 직면해 있지만, 골든구스는 선방했다. 한 켤레에 약 500유로(약 74만원)에 판매하는 스니커즈를 주력으로 하는 골든구스는 올 1분기 매출이 12% 증가해 IPO 계획을 추진했지만, 유럽 정치의 불확실성에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