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코로나19로 지목됩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2년 만에 첫선을 보인 마블 영화, ‘블랙 위도우’의 선전에도 극장 관련주가 하락하는 원인 말입니다. 또한 블랙 위도우의 제작 및 배급을 맡은 월트 디즈니(DIS)가 자사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와 극장 동시개봉을 결정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에서 발생한 영화 컨텐츠 관련 수익을 사상 처음 밝힌 이유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꾸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이란 가정을 하게 됩니다. 코로나19가 없었다면 블랙 위도우로 극장주는 상승했을지, 디즈니는 동시개봉을 선택하지 않았을지, 디즈니플러스의 수익을 밝히지 않았을지 등 의문이 듭니다.
OTT는 극장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란 주장이 강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선 이번 블랙 위도우가 빚어낸 ‘이상 현상’은 꼭 코로나19 때문이어야만 할 겁니다. 그런데 만에 하나 OTT가 극장의 자리를 뺏고 있는 중이라면, 그래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면, 블랙 위도우는 미래의 성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극장 없는 시대의 시초로 평가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엔드 게임은 2년 전에 끝났지만, 극장의 엔드 게임은 이제 막 막이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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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 주가는 지난 7일(현지시간) 대비 13일까지 총 6.13% 올랐습니다. 이는 블랙 위도우의 개봉과 겹칩니다. 한국 시각 지난 7일 오후 5시를 기점으로 전 세계 극장은 물론 미국 디즈니플러스에서도 동시 개봉됐습니다. 개봉 첫 주말 북미 극장에서만 8000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렸습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고 기록입니다. 직전 기록은 ‘본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로 7000만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디즈니플러스에선 블랙 위도우 수익은 6000만달러가 잡혔습니다. 북미 극장 수익보단 작지만, 마진을 극장과 나누지 않고 온전히 다 챙길 수 있기 때문에 디즈니가 실제 거두는 이익은 오히려 더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디즈니 주가가 오른 한 이유로 설명됩니다.
반면 극장 주가는 크게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AMC(AMC)는 25.83%, 시네마크 홀딩스(CNK)도 13.84% 각각 내렸습니다. 국내의 CJ CGV(079160)도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2.33% 내렸습니다. 블랙 위도우가 북미 지역 외에서 거둔 개봉 첫 주말 수익 총 7800만달러 가운데, 1270만달러는 한국에서 벌었습니다. 중국에선 개봉하지 않은 등에 북미 외 지역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렇다 해도 코로나 시대 이후 최대 극장 흥행 수익입니다. 주가가 빠질 것까진 없어 보입니다. 더그 크로이츠 코웬그룹 애널리스트는 “주말 블랙 위도우 흥행 실적을 보면 해답보단 의문이 더 든다”며 “고통스럽게 더딘 극장 회복세는 어쩌면 영원히 완료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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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마블 컨텐츠의 지적재산권(IP)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블 영화 제작자이기도 하면서 이십세기폭스란 배급사를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 2019년 11월 런칭한 후 1년 만에 전 세계 가입자 1억명을 확보했습니다. 마블 시네마 유니버스(MCU) 영화는 2008년 ‘아이언맨 1’을 시작으로 블랙 위도우를 포함해 총 24편이 제작됐습니다. 전 세계 영화 흥행 20위 중 6개가 MCU 영화입니다.
블랙 위도우의 OTT 수익을 동시 상영작 중 업계 최초로 공개한 점도, 디즈니가 이같은 의도를 갖고 있다는 걸 뒷받침합니다. 디즈니는 지난 주말 ‘블랙 위도우는 개봉 첫 주말 기준 역대 MCU 영화에서 블랙 팬서와 캡틴 마블 이후 세 번째로 높은 미국 내 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영화관 수익으로만 보면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박스 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블랙 팬서(2억200만달러), 캡틴 마블(1억5340만달러), 스파이더맨 홈 커밍(1억1700만달러), 아이언맨(9860만달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9430만달러), 닥터 스트래인저(8510만달러) 다음에서야 블랙 위도우(8000만달러)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디즈니의 블랙 위도우가 세 번째란 주장은 영화관 수익 8000만달러에다 미국 내 디즈니플러스 수익 6000만달러를 더한 1억4000만달러를 말한 것입니다. 극장 수익에 해가 될까 그간 업계서 금기돼왔던 OTT 수익을, 디즈니가 최초 공개한 이유입니다. 무리해서라도 역대 3번째란 문구를 획득해야 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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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비판은 있습니다. 전통적인 선 극장-후 OTT를 따르는 게 맞다는 입장입니다. 동시 개봉이 극장 수익에 악영향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OTT에도 안 좋다는 논리입니다. 초반에 높은 마진율의 OTT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극장에서 종영한 후의 OTT 수익이 되레 적어져 궁극적으로는 손해란 것입니다.
영화 컨설팅 회사 프랜차이즈 엔터테인먼트 리서치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에이 그로스는 “대형작들은 영화관 수익보다도 추후 프리미엄 렌탈 형식의 플랫폼에서 돈을 더 많이 벌었다”며 “북미 극장 19%가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상황에다 중국도 없기 때문에 블랙 위도우는 애초부터 큰 수익을 기대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래도 동시 개봉은 전체적인 디지털 수익을 감소시킬 것이며 극장 개봉도 스트리밍 서비스가 없어야 더 큰 수익이 난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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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문가들은 동시 개봉이 팬데믹이 만든 기현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 블록버스터일수록 화면이 크고 사운드가 빵빵한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오래된 얘기가 있습니다. 더 중요한 건 소정의 구독료로 수익을 내는 OTT 비즈니스 모델로는 블록버스터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디즈니플러스는 신생 OTT 서비스업체다보니 시장점유율 확보 차원에서 블랙 위도우를 틀었을 뿐, 성숙된 뒤엔 이러한 사례는 보기 어려워지게 됩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극장이 지위를 잃지 않을 거란 가장 큰 이유는 OTT들이 가입자가 더 늘지 않는 구간에선 수익보단 비용 안정화에 들어가는 국면이라 굳이 비싼 초대형 영화를 더 들여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라며 “성숙 단계 OTT는 구독자가 더 머물러야 하는 여러 회차의 드라마 컨텐츠를 선호하게 될 것이고, 대형 영화는 여전히 극장이 도맡는 구조가 갖춰질 것으로, 동시상영은 팬데믹 하에서만 있었던 과거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