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삼성과 현대차 등 30대 그룹 사장단은 지난 9일 발표한 ‘경제난 극복을 위한 기업인 공동 성명’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적 역량을 총집결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다시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며 기업인 사면 문제를 공식 거론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운 만큼 국가경제에 기여를 했고 투자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업인에게 기회를 줄 필요성이 있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이번 대통령의 언급으로 경제인 사면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SK, 최태원 회장 부재 M&A 등 대규모 투자 차질
재계에서 사면 대상자로 거론되는 기업인은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전 부회장과 집행유예 상태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다.
최태원 회장은 2013년 1월 법정 구속돼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2년6개월째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가석방 요건을 이미 갖췄고 잔여 형기는 1년6개월 가량이다. 최재원 부회장도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총수 일가 형제가 동시에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옥고를 치르면서 인수합병(M&A) 등 경영전략 수립과 대규모 투자 단행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총수 공백의 한계를 실감하고 있다.
한화, 김승연 회장 복권시 경영 드라이브 기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집행유예가 확정돼 사면대상이 될 수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2월 대법원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돼 풀려났다. 이후 이라크 신도시 건설현장 방문을 비롯해 삼성으로부터 화학계열사 인수, 면세점 사업자 확정 등을 지휘하며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그룹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은 맡지 못하고 있다.
한화는 김 회장의 복권이 이뤄진다면 그룹의 적극적인 경영활동이 제대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그리스 사태와 엔저 등 글로벌 악재에 메르스 여파까지 지금 국내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인들의 사면이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재현 CJ 회장·이호진 前태광 회장, 투병 중 형집행정지 상태
이재현 CJ그릅 회장의 경우 현재 형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라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상고심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회장은 횡령과 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9월 2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상고해 대법원의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역시 징역 4년6월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재판을 받고 있으며, 간암판정을 받고 구속집행정지와 병보석 등으로 풀려난 상태다.
이밖에 현재 법원에서 유무죄를 다투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준 효성 사장,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도 8·15 이전 형사재판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사면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