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행동주의 투자가 이제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나 모건스탠리, JP모건 체이스, 라자드 등을 비롯한 미국 은행이나 로펌 등이 속속 유럽에서 행동주의 투자 관련 영업소를 새로 열거나 늘리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가 아직 활발하진 않지만 일본 등 아시아에서도 활동이 종종 눈에 띈다.
유럽 내 행동주의 투자펀드 활동 본격화
최근 유럽에서 미국식 행동주의 투자가 두드러지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 분석업체 액티비스트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010년 23건에 불과했던 유럽 내 행동주의 투자가 지난해 43건으로 늘었다.
이들이 유럽으로 몰려드는 것은 유럽 경제가 점진적이지만 회복하고 있고 주식가치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 기업들이 많은 현금을 비축해두고 있어 배당금을 높이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의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좋은 목표가 되고 있다.
유럽 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활동은 지난해부터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의 액티비스트 펀드인 나이트빈크 자산운용은 지난해 공개 서한을 통해 UBS에 투자은행 사업부를 분리할 것을 요구했다. UBS가 이를 공개적으로 거부하긴 했지만 유럽에서도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액티비스트 펀드는 고수익을 얻기 위해 기업 지배구조까지 개입하는 적극적인 헤지펀드를 뜻한다.
일본·한국기업도 표적될 수 있어
미술품 경매업체 소더비와의 분쟁으로 미술계를 들썩이게 했던 대니얼 롭 써드포인트 최고경영자(CEO)는 일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니 지분 6.9%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인 써드포인트는 지난해 소니에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를 분사시켜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을 종용했다. 소니는 엔터테인먼트 사업부 분사를 선택하는 대신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 개선을 택했다.
당시 영화산업의 위축을 우려한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는 헤지펀드가 영화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며 영화 몇 편이 망했다고 해서 관련 부서를 매각해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비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행동주의 투자 견제수단 ‘포이즌 필’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활동영역이 갈수록 넓어지면서 각국 기업들은 이를 방어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표적 수단으로는 ‘포이즌 필(poison pill)’이 꼽힌다. 포이즌 필은 ‘독소조항’으로도 불리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방어수단으로, 위기에 처한 기업이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낮은 값에 신주를 발행, 매입하도록 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장치다.
실제로 소더비는 현재 9.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써드포인트의 지분 확대를 막기 위해 포이즌 필을 도입했다. 경영권을 획득하려는 개별주주나 그룹이 10% 이상 지분을 취득할 경우 포이즌 필이 발동되도록 한 것이다. 경영권에 관여하지 않는 소극적인 주주에 대해 예외적으로 20%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대니얼 롭 써드 포인트 최고경영자(CEO)는 10% 미만의 지분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게 되며 주주보다는 경영진에 더 친화적이라고 주장하며 무효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은 지난 2일 롭 CEO 주장을 기각하고 소더비의 포이즌 필이 적합한 조치라고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