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6일 인사추천회의를 열어 내달 3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 후임으로 김 보좌관을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제금융통으로 꼽힌다. 금융시장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시장친화적인 인물인데다 경제보좌관으로서 금융당국과 호흡을 맞춰온 만큼 당장 큰 정책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다만 부동산과 주식시장 과열의 주범으로 과잉 유동성을 꼽은 장본인인 만큼 주택담보대출과 주식 신용융자 등 시중 유동성 규제의 고삐를 더욱 죌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금융정책 경험이 부족하고 임기를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 `미스터원`으로 불리는 국제금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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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재무부 국제금융국 과장에 이어 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과 국제금융국장, 초대 국제업무정책관을 차례로 맡으며 국제금융전문가로 명성을 쌓았다. `미스터엔`으로 불리며 90년대 국제외환시장에서 이름을 날렸던 일본의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에 빗대 `미스터원`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김 내정자는 `미스터원`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폭넓은 국제 인맥을 가지고 있다. 한중일 국제금융국장 회의를 출범시켰고, 아시아 국가에서 외환위기가 재연될 경우 각국의 외환보유고를 서로 활용하자는 소위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의 협상 주역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관세청장으로 근무하던 2003~2004년 당시 재경부가 역외선물환(NDF) 시장을 통해 무리하게 환율방어에 나서자 위험성을 경고한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결국 정부는 NDF 거래로 2004년 한해만 1조8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 기존 금융정책 큰 변화 없을 듯
금융감독위원장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기존 금융정책의 틀은 크게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내정자가 경제보좌관으로서 이미 주요 금융정책과 금융사안들을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과 주식신용융자 규제의 경우 김 내정자가 깊숙히 개입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과거 외환당국으로서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하면서 누구보다도 시장의 힘과 생리를 잘 알고 있으며, 시장과 대화하고 교감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금융감독당국의 수장으로서 국내 금융정책에 대한 실무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은 아무래도 약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김 내정자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집값 상승의 사후변수인 금융부문을 끌여들여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을 주도한 것에 대해 시장원리에 위배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연말 대선과 함께 정권이 교체될 경우 임기를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정책적으로 다소 무리수를 둘 수 있는 변수로 꼽히고 있다.
구체적인 정책 측면에서는 주택담보대출과 중소기업대출, 주식신용융자 등 시중 유동성 규제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금산분리 원칙 완화나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책 마련 등 민감한 사안의 경우 전임 위원장과는 달리 기존 정부의 입장을 충실하게 따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대출·신용융자등 유동성 규제 강화될 듯
금감위와 금감원 직원들은 대체로 무난한 인사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 금융정책 경험이 부족하지만 경제보좌관으로서 꾸준히 금융업무를 챙겨온 만큼 기존 금융감독정책을 큰 무리없이 이어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합리적이면서 차분하고 꼼꼼한 업무스타일이 금융감독정책에 잘 부합할 것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현재 금융감독당국에서는 윤용로 금감위 부위원장과 김용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홍영만 금감위 홍보관리관 정도가 과거 재무부와 재정경제부 시절 김 내정자와 손발을 맞춰본 경험이 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외환시장에서 환율을 담당하다보니 굉장히 차분하고 시장친화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금융경험이 부족하긴 하지만 경제보좌관 시절 업무를 꾸준히 챙긴 만큼 준비는 돼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김 내정자의 치밀하고 꼼꼼한 업무스타일 때문에 직원들이 앞으로 고생을 좀 할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