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가 옹호하는 인플레이션 타겟팅 논란이 시장의 관심사로 부상한 가운데 정확한 인플레 측정에 대한 논쟁도 불붙었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일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소비지출 물가지수가 적합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현재 FRB의 통화정책에는 인플레 판단의 근거로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CPI가 중시되고 있다. 하지만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 보다 의존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로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 지표가 연준에서 대접받는 이유는 무엇이고,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 `FRB는 CPI보다 PCE를 더 좋아해`
미 상무부의 경제분석국(bureau of Economic Analysis)은 매월 개인소득과 지출(Personal Income and Spending)을 집계 발표한다.
미국 경제의 2/3를 지탱하는 항목이 소비인 만큼 소득에 앞서 이와 관련된 부분부터 살펴보자. 소득으로 사람들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딱 두 가지로 대별된다. 소비 아니면 저축. 성향에 따라 쓰고 남는 돈을 저축하는 사람도 있고, 일단 저축부터 한뒤 에누리로 짠소비를 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소비지표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 연말 홀리데이 시즌 쇼핑에 시장과 투자자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에 미국인들의 소비와 기업 매출이 집중되 면서 경기활황 여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규모나 소비심리 못잖게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PCE) 물가지수다.
대부분 중앙은행들은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근원 CPI를 인플레이션 판단 지표로 활용한다. 투자자들과 기업인들도 대부분은 CPI를 통해 인플레를 해석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하지만 FRB는 조금 다르게 PCE 물가지수(PCE price index)와 근원 PCE 물가지수(식품·에너지 제외)를 중시한다. CPI와 PCE 물가지수에 큰 차이점은 없지만 PCE 물가지수가 FRB 금리정책에 중요한 지표인 만큼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개인지출은 개인의 지출이 늘어난 비율을 표시한 것이고, PCE는 지출항목들의 가격을 지수로 표시한 것이다. 물가상승률과 유사한 개념의 물가지표라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PCE는 같은 기간의 CPI 보다 낮게 나타난다. CPI는 정해진 기준 품목들의 가격변화를 그대로 반영하지만 PCE는 실제 지출한 항목들의 가격변화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조금 더 풀이하면 대체제를 인정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CPI를 측정하는 품목에는 안경과 햄버거, 치과진료, 자동차, 휘발유, 맥주, 아침식사용 씨리얼, 장례비용 등 8만개 아이템과 서비스들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이 중 햄버거 가격이 올랐다고 가정하자. 소비자들은 햄버거 대신 값싼 샌드위치로 주로 점심을 해결할 것이다. 이 경우 CPI는 여전히 햄버거를 포함해 지표를 산정하지만 PCE는 소비자들이 실제로 구매하는 비율이 더 높아진 샌드위치로 햄버거를 대체해 지표를 구한다.
우리나라는 530개 정도로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정한다. 미국의 물가지표가 인플레이션 상황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는 것은 표본의 크기와도 관련이 있다.
PCE 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를 분석적으로 살펴보는데 유용하다. 소비지출을 측정하는데 있어서 PCE는 소매판매(Retail sales)보다 더 포괄적이고, 국내총생산(GDP)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지표의 등락으로 비즈니스 사이클이 요동을 칠 만큼 영향력이 있다.
▲ `78~`06년 12월 근원 PCE | |
PCE와 함께 발표되는 저축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미국인들의 저축률은 세계가 알아줄 정도의 바닥수준이어서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는 못한다. 미국의 개인저축률은 경기 회복에 따른 소비증가로 대공황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저축률은 마이너스 1%를 기록, 지난 1933년 대공황 이후 73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개인저축은 개인소득에서 상품과 서비스 구매, 신용카드와 대출로 발생한 이자를 뺀 나머지 개념. 개인저축은 개인저축률(Personal savings rate)로 주로 표현된다.
100달러 소득에서 5달러를 저축했다면 저축률은 5%가 된다. 지난 1960~1970년대 저축률은 8% 수준이었지만 90년대말 3% 아래로 떨어졌다. 이 기간 주가가 급등하면서 가계부가 늘어나 미국인들이 느끼는 저축의 필요성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2001년 버블 붕괴가 발생하면서 미국인들 사이에는 투자 손실로 인한 공포와 함께 저축 부족에 대한 공포도 엄청나게 커졌다.
지출과 소비의 원천인 개인소득은 아래 여섯가지 종류의 소득으로 구성된다.
△ 부동산 소득(8%) : 농장 소유주의 농장에서 얻은 소득이나 가게, 개인병원, 변호사, 컨설턴트 등 자영업자들이 소유한 부동산 소득
△임대소득(1.4%) : 소유한 물건을 임대하거나 부동산 임대하는데서 발생하는 소득. 단, 이것이 개인의 직업으로 삼지 않는 경우에만 해당
△배당소득(4.4%) : 주식투자후 배당으로 발생하는 수익
△이자소득(11%):국채나 회사채 투자로 발생한 이자 수익
△가불금(13%) : 연방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제공하는 사회보장비나 실업수당 등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급하는데 따른 소득
△기타 노동소득(6.2%) : 산업재해보험이나 연금 등 고용자가 지불하는데 따른 소득
개인소득과 지출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온적이다. 이 지표가 나오는 월말에는 투자자들이 이미 실업률과 소매판매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개인소득과 지출을 예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PCE 물가지수는 FRB의 정책에 나침반 기능을 하는 만큼 예상을 벗어난 PCE 결과는 타격이 될 수 있다.
우선 채권시장은 개인소득이 예상보다 늘어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채권시장 투자자들은 소득과 지출에 예상외의 변화가 생기는 것을 싫어한다.
어떤 지표든 경기 둔화를 암시할 경우 채권 가격이 올라가고, 수익률은 낮아지는 채권 `강세장`이 형성된다. 소득, 특히 지출이 늘어나면 이는 경제 성장 가속과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FRB의 금리인상을 초래할 수 있어 채권투자자들의 우려가 증폭된다.
마지막으로 외환시장에선 이들 지표가 견조할 때 미 달러가 오름세를 보인다. 개인 수요의 증가는 경제성장 속도를 높일 뿐 아니라 금리인상을 압박하고, 이는 해외 통화와 비교해서 달러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들 지표가 예상외로 부진할 때 금리인하 가능성이 대두되며 달러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
1일(현지시간) 발표된 12월 근원 PCE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전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물가 압력이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다`고 밝힌 FRB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근원 PCE 물가지수가 전월비 0.1% 상승, 예상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는 다우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강세를 보였다. 공식 홈페이지는 www.bea.doc.g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