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는 4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빈볼 사태 당사자인 현대 김동수(38)와 한화 안영명(22)에 대해 각각 벌금 200만원씩을 부과했다. 또 김동수에 대해 발길질을 했던 한화 송진우(40)는 벌금 1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예전 빈볼이나 폭력사태 당사자들이 대부분 받았던 `출전정지` 징계 처분은 없었다. KBO는 이에 대해 송진우, 김동수는 그동안 모범적인 선수생활을 해온 점을 참작했고 안영명의 경우는 세 선수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고문 변호사의 법률적 해석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2일 김동수는 3-2로 현대가 앞선 8회 타석에서 안영명의 2구째가 등에 맞자 마운드로 달려가 안영명의 뺨을 두 차례 가격했고 이에 격분한 송진우가 덕아웃에서 달려나오면서 김동수에게 발길질을 한 바 있다. 양 팀 선수들이 모두 나와 몸싸움을 벌였지만 난투극으로 번지진 않았다.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상벌위원회 후 "출전정지 문제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사례를 참고했고 대승적 차원에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오랜 상벌위원회 경험에서 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동료애 및 프로의식이 우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더 열심히 뛰면서 팬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차원"이라는 것.
KBO, "네거티브한 벌보다는 야구 발전 위한 긍정적 방향 모색"
일단 하총장의 말대로라면 출전정지라는 ‘네거티브’(Negative.부정적인) 차원의 징계가 아닌 `포지티브`(Positive. 긍정적인) 징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팬들이 해당 선수를 볼 기회를 주고 또 죄값을 치르려는 선수들의 보다 질높은 경기를 즐길 수 있고 어린 선수들이 프로의 지도를 받는 등 야구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특정 선수에 국한된 것이라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가장 최근 빈볼 및 폭력사태였던 지난 2003년 이승엽(당시 삼성)과 서승화(LG)는 3경기 출전정지와 벌금 200만원 징계를 받은 것은 물론 지난 2001년 펠릭스 호세(롯데)는 배영수(삼성)를 폭행해 잔여경기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형평성 문제 및 재발 우려 시각도
그러나 김동수, 안영명 두 선수만 출전정지가 결정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200승 달성이라는 송진우의 기념비적인 기록에도 흠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KBO 한 관계자는 "송진우의 200승 달성일은 한국 프로야구 잔칫날과도 같다. 이런 상황에서 출전정지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총장은 "이번 결정이 앞으로 비슷한 경우에 대한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출전정지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누가 봐도 스포츠맨 정신에 어긋난 것이라면 1,2 경기가 아닌 팀 성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의 출전정지 처분을 내리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안영명은 선수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빈볼을 던졌고, 김동수는 동료 선수에게 손찌검을 했다. 송진우는 날카로운 스파이크가 달린 야구화로 김동수를 찼다.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이들의 행동이 스포츠맨정신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누구라도` 어려울 것이다.
일단 대승적인 야구발전을 위해 징계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가져가겠다고 밝힌 KBO가 징계의 형평성을 지키고 빈볼 및 폭력사태 재발을 막는 데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