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현 지역별 산업 클러스터가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만큼 바이오 같은 첨단산업 분야에 지리적 경계를 초월한 ‘슈퍼클러스터’라는 개념을 도입해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와 함께 지역경제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지역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슈퍼클러스터 구축 전략과 과제: 바이오를 중심으로’(김지수 지역정책실 연구위원 외)를 펴냈다.
| 산업연구원 ‘지역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슈퍼클러스터 구축 전략과 과제: 바이오를 중심으로’ 보고서 중 바이오 슈퍼클러스터 주요 거점 및 기능 분석 결과. (이미지=산업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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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각 산업이 한 데 모여 시너지를 내고 해당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다양한 목적의 국가산업단지, 이른바 클러스터로 지정해 인프라 등 지원 혜택을 집중해 왔다. 가령 인천은 바이오, 울산은 조선·자동차, 포항은 철강, 구미는 전자 같은 식이다. 최근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바이오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을 정하고 전국 12곳에 특화단지를 지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첨단산업의 특성상 특정 산업의 지리·산업적 경계가 약화하고 있는 만큼 특정 지역으로 한정된 기존 방식의 폐쇄적 클러스터는 점차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게 이 보고서의 문제의식이다. 공간적 유연성과 기능적 연계를 중심으로 형성된 초지역적 네트워크, 즉 슈퍼클러스터의 개념을 도입해 지역 간 협력망을 구축하고 연계·협력을 활성화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바이오산업의 예를 들어 부산·경남과 대전·충청, 대구·경북, 서울 금천·구로 지역은 모두 해당 지역 소재 대학과 연구기관 등을 중심으로 의료·진단기기 산업에 특화해 바이오 슈퍼클러스터의 한 축을 구성한다고 분석했다. 또 서울 중남부와 인천·경기, 강원에 이르는 지역은 송도의 국내외 바이오 대기업과 신약 개발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의약품 슈퍼클러스터를 구성하고 있고 그 확장성도 높아 전체 슈퍼클러스터의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이처럼 지역을 초월한 슈퍼클러스터의 개념을 도입하면, 기업의 장기 성장성을 보여주는 비연관 다양성 지표가 2.01까지 증가해 개별 기업(0.46)은 물론 지리적 클러스터(1.79)를 뛰어넘는 확장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실제 슈퍼클러스터의 개념을 일부 도입하고 있다. 이차전지 특화단지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새만금은 광물가공, 포항은 소재, 청주는 셀, 울산은 재활용 등으로 지역별 특화 기능을 살려 가치 사슬을 구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이곳에 슈퍼클러스터의 개념을 도입하면 이 4곳의 이차전지 특화단지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으리란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슈퍼클러스터가 성과를 내려면 이를 지역 이해관계와 무관한 민간 중심의 컨소시엄 형태로 추진해야 하며, 지역 정책이라는 명확한 인식 아래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지역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도 달았다. 또 상대적으로 인적·물질적 자원이 풍부한 수도권의 동참을 유도해 슈퍼클러스터를 위한 컨소시엄에 대한 원활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보고서는 “슈퍼클러스터는 현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의지를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실현하고 수도권-비수도권 간 협력 틀을 제시함으로써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