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라고 놀렸다고…지인 살해한 20대男 징역 12년 확정

술 먹다 격분해 흉기 휘둘러 5년 지기 살해
"죄질·범정 매우 무거워" 1심 징역 14년 선고
2심서 피해자 유족과 합의하며 "징역 12년"
상고심까지 재판 이어졌지만…대법, 원심 유지
  • 등록 2022-07-14 오후 12:01:00

    수정 2022-07-14 오후 12:01:00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평소 자신을 ‘멸치’라고 부르는 지인과 술을 마시던 중 다퉈 흉기로 살해한 20대 남성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이데일리DB)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살인 혐의를 받는 A(25)씨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사건은 지난해 5월 23일 인천 남동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발생했다. A씨는 자신의 집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 B씨와 술을 마시던 중 말다툼을 하게 됐다. 격분한 A씨는 B씨를 흉기로 한 차례 찔렀고, 달아나는 B씨를 쫓아 재차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법원 등에 따르면 A씨는 5년 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B씨와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중고차 판매 영업을 해왔다. A씨는 자신의 마른 체형을 보고 ‘멸치’라고 부르거나 ‘일 XX 못한다’는 등으로 놀리는 B씨에 대해 평소 불만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평소 술을 마시면 욱하는 감정이 있어, 자기통제가 되지 않는 등 폭력적으로 변해 흉기를 찾는 경우가 더러 있었던 것으로도 파악됐다.

재판에 넘겨진 A씨 측은 공판 과정에서 “과거 피고인의 술버릇을 이유로 피고인을 놀리곤 했던 것과 비슷한 일이 사건 당시 있었고, 피해자의 도발에 자극된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게 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A씨 혐의를 유죄로 판단,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단계에서 해당 주장을 한 바 없고, 오히려 이 사건 면담이나 검찰 피의자 신문에서는 ‘술에 취해 범행 당시 상황이나 피해자를 흉기로 찌른 이유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살인죄는 사람의 생명이라는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피고인은 술에 취해 대수롭지 않은 이유로 친구인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치명상을 입혔고, 많은 양의 피를 흘리며 도망가는 피해자를 쫓아가 다시 흉기를 휘둘렀으므로 범행 동기와 경위에 비춰 죄질과 범정이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다.

검찰 측과 A씨 측 쌍방 항소로 이어진 2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징역 12년으로 형을 줄였다. A씨가 피해자의 유족들과 합의한 점과, 주취 상태의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이 사건 범행은 주취상태에서 다소 우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의 유족들과 합의했고, 이에 피해자 유족들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 측 상고로 재판은 상고심까지 진행됐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대법원은 “양형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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