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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작가와 출판사 웨일북 측 설명에 따르면 양측은 2018년 3월 ‘90년생이 온다’ 출간을 위해 A계약서를 작성했다. 이 계약서는 전자책 인세를 ‘수익금의 15%’로 정하고 있다. 이후 양측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 지원에 응모하기 위해 같은해 8월 문체부 표준계약서를 바탕으로 하는 B계약서를 다시 작성했다. 해당 계약서는 전자책 인세를 ‘전송 1회당 1400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임 작가가 문제를 제기한 것은 B계약서에 따른 전자책 인쇄 미지급 건이다. 임 작가는 이날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B계약서로 해당 사업에 선정됐고, 지원금 500만원을 받아 2개월 뒤 책을 출간했다”며 “출판사는 B계약서에 따라 인세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90년생이 온다’가 형식적으로 체결한 표준계약서로 정부 지원을 받았다는 점이다. 문체부는 문화예술계 표준계약서 확산을 위해 주요 지원사업의 자격 요건으로 표준계약서를 요구하고 있다. 해당 사업 또한 유의사항으로 ‘선정작 발간도서는 출판분야 표준계약서를 반드시 적용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정부 지원 사업을 위해 표준계약서를 형식상으로 따로 작성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종의 사업 악용인데,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된 내용을 검토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90년생이 온다’는 종이책 인세도 미지급 된 것으로 확인됐다. 임 작가가 올해 1월 출판사로부터 통보받은 종이책 판매부수 검토 과정에서 인쇄부수보다 10만부가 적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출판사에 인세를 제대로 지급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권 대표는 “종이책 인세 누락에 대해서는 내용을 확인하고 원인도 파악했다”며 “작가에게도 사과하고 인세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90년생이 온다’는 임 작가가 1990년 이후 태어난 신입사원과 기성세대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실질적인 인사관리 방법에 대해 쓴 책이다. 2019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에게 선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종이책은 지금까지 약 36만부가 판매됐다.
또한 “이번 논란은 표준계약서 정착 과정에서 일어난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인다”며 “비슷한 일이 반복될 경우 정부 지원사업 요건에 ‘이중계약은 안 된다’는 내용이 추가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투명한 출판유통 구조가 문제의 원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근본적인 문제는 작가도 출판사도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확인할 수 없는 불투명한 출판유통 구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작가와 출판사 간 신뢰까지 깨진다면 비슷한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