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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비트코인 결제시스템 만들까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전문가들을 인용해 “테슬라가 제3의 중개업체를 통해 소비자의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는 방식과 자체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 등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건 중개업체를 통해 결제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자신의 전자지갑에서 비트코인을 꺼내 중개업체에서 달러화로 바꾼 뒤 테슬라의 전기차를 구입하는 방법이다. 이는 이미 일부에서 시범적으로나마 쓰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AT&T 등은 ‘비트페이’를 중간에 끼고 비트코인 대금 결제를 허용하고 있는 상태다.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가 중개업체 없이 자체적으로 비트코인 결제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가상자산 옹호론자’를 자처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두 방식 모두 문제가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결제를 할 소비자 입장에서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가격 등락폭이 워낙 커 교환의 매개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가치 안정성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투기적 거래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테슬라가 비트코인과 달러화 사이의 적정 가치를 매기는 일종의 환율 같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 역시 통화당국과 협의를 어떤 식으로 할지 등 풀어야 할 난관이 한두개가 아니다.
야후 파이낸스는 “테슬라가 비트코인으로 달러화를 대체하려 한다면 규제당국이 이를 주시할 수 있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대량 매입후 말 한마디로 가격 끌어올린 머스크
테슬라 입장에서 봐도 리스크는 적지 않다. 기존 화폐 대신 비트코인을 자동차 결제 대금으로 받을 경우 재무구조가 취약해질 우려가 있어서다. 아직 비트코인 활용도가 광범위하지 않은 만큼 테슬라는 협력업체와 직원에게는 현금으로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데, 차량대금을 비트코인으로 받으면 비트코인 자산 비중이 갈수록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체스터 스팻 카네기멜론대 테퍼경영대학원 교수는 “비트코인은 유로화의 10배에 달하는 변동성을 갖고 있다”며 “교환의 매개체로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테슬라 측은 비트코인 결제 방식에 대한 로이터통신의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테슬라가 갖고 있는 비트코인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같은 발표를 했다는 의혹마저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20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1개당 4만7240달러(약 5250만원)에 거래 중이다. 비트코인은 3만9000달러선에서 거래됐다가, 테슬라의 한마디에 한국 돈으로 1000만원 이상 폭등했다. 테슬라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15억달러어치를 지난달 사들였다”며 “고객이 우리 제품을 살 때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니콜라오스 패니거초글로우 JP모건 전략가는 “다른 기업들이 테슬라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면서도 “그와 상관없이 비트코인 가격의 급격한 변동을 이끌어 냈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