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총의 소확행] 낯설지만 좋은 사람들…편견 없는 세상 여는 다누리맘

  • 등록 2018-07-26 오전 9:36:35

    수정 2018-07-26 오전 9:59:51

업무 중인 다누리맘 우희현 대표


[이데일리 김은총 기자] 우희현 다누리맘 대표는 다문화 여성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 세상을 꿈꾼다. 그는 다문화 여성이 우리와 다른 낯선 존재가 아니라 옆집 언니, 동네 아줌마, 새로 이사 온 새댁처럼 친근한 이웃으로 인식되기를 바란다. 지난 24일 서울시민음식학교에서 만난 우 대표의 첫인상은 신념으로 똘똘 뭉친 당찬 20대의 모습이었다. 으레 20대라 하면 아직 놀기 좋아하고 부모님의 손길도 필요한 법인데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가 맡은 다누리맘은 지난 2013년 창업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다문화 여성의 인권 향상을 위해 달려왔다.



팀원에서 대표가 되기까지

“내일이 대표가 된 지 딱 1년 되는 날이에요. 오늘이 1주년 이브인 셈이네요.” 약 4년 전 우 대표는 그저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욕심을 갖고 다누리맘에 합류한 팀원이었다. 다문화 여성을 돕는다는 회사의 방향성도 군더더기 없이 명확해서 마음에 들었다. 첫 달 월급은 25만원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함께 회사를 만들어 나간다는 뿌듯함도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입사 첫해에 300명 이상의 다문화 여성을 만나면서부터였다. “낯선 한국에 와서 아무 목적 없이 살아왔어요. 그런데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생기면서 내 삶에도 의미가 생기기 시작했어요.”우 대표가 한 다문화 여성에게 직접 들은 말이었다. 다누리맘을 만나 변화된 다문화 여성들을 보며 우 대표의 보람도 커졌다.

창업 초기 다누리맘의 중점 사업은 국가 맞춤형 산후조리였다. 다문화가정의 산모가 아이를 낳으면 같은 국적의 산후관리사가 산후조리를 돕는 서비스였다. 반응은 좋았지만, 사업 확장과 수익 창출에 어려움이 많았다. 고민 끝에 지난해 2월 다누리맘은 사업 분야를 음식으로 과감히 전향했다. 변화의 과정에서 당시 팀장이던 우 대표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대표가 됐다.

원데이푸드트립(사진=다누리맘 제공)


다문화 여성을 품은 다누리맘

요즘 우 대표가 밀고 있는 다누리맘의 중점 사업은 ‘현지 요리연구가에게 배우는 쿠킹클래스’다. 다문화 여성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자국 요리 강좌를 여는 방식이다. “다문화 여성이 자신이 가진 문화적인 역량을 발휘해 경제활동을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 이 사업의 미션”이라고 우 대표는 설명했다.

다누리맘에서는 현재 ‘원데이푸드트립’이라는 프로그램 아래 쌀국수 요리 클래스 ‘베트남 누들로드’와 일본 감성 요리 클래스 ‘심야식당’ 등 다양한 쿠킹클래스가 운영 중이다. 활동 중인 요리연구가는 일본 요리연구가가 5명, 베트남 요리연구가가 4명이다. 중국과 대만 요리연구가들은 임신과 일시 귀향으로 잠시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앞으로 몽골과 필리핀 등 더 다양한 국가의 요리연구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물론 모든 다문화 여성이 요리연구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다문화가정지원센터나 보건소 등을 통해 신청서를 내면 면접을 진행해 10여명의 교육생이 선발된다. 두 달 동안 약선 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대표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에게 교육을 받고 이후 수개월간 다누리맘의 혹독한(?) 트레이닝까지 거쳐야만 비로소 다누리맘 소속 요리연구가가 될 수 있다.

사업 초기에는 강의에 나선 다문화 여성들이 불쌍하다며 도와주려 하거나 심지어 반말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진짜 그 나라의 식문화를 배우고 싶어서 오는 수강생들이 대부분이다. 다문화 여성들이 ‘선생님’으로 불리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소속된 요리연구가들이 사회 속에서 존중받는 한 명의 사람이 되도록 전문성을 부여하고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다누리맘에 맡겨진 사명이다.

다누리맘이 운영 중인 서울시민음식학교


낯설지만 좋은 사람들

어떤 음식이 가장 맛있냐는 질문에 우 대표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개발된 베트남 메뉴만 50가지인데 어느 하나 맛없는 것이 없다는 게 우 대표의 설명이었다. 힘들게 꼽은 최고의 메뉴는 베트남 커리였다. 한국 카레와 무엇이 다르냐고 물으니 우 대표는 레몬그라스가 들어가 이국적이고 코코넛 밀크가 들어가 고소하며 닭고기가 들어가 중독적이라고 극찬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우 대표가 베트남 커리에 들어가는 레몬그라스 향을 맡게 해준다며 주방으로 끌고 갔다. 파 뿌리를 닮은 레몬그라스를 두 손으로 뚝 끊으니 창을 타고 넘어온 햇살 사이로 미세한 향의 입자가 퍼져나가는 게 보였다. “좋지 않나요?” 낯설지만 정말 좋은 향이었다.

문득 우리나라에 이주 온 다문화 여성들이 그런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레몬그라스 향처럼 낯설지만 좋은 사람들. 어쩌면 우리는 그 좋은 사람들을 너무 모른 체하며, 혹은 무시하며 지내왔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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