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사실상의 첫 인사를 단행한 구본무 LG전자 부회장은 기존 경영진에게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기보다 "한 번 더 믿어보겠다"는 강한 신뢰의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COO직 신설 등의 조직 개편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 당했던 LG전자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품질을 높이고 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조직으로 바꾸겠다는 구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 "3D TV 권희원 사장 승진 등 43명 임원 승진"
최상규 한국마케팅본부장은 전무 승진 1년 만에 다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작년 말 한국마케팅본부장을 맡은 후 `3D로 한판 붙자` 등 도전정신을 강조한 마케팅을 통해 강한 조직으로 바꿔놓았다는 평이다.
이밖에 성장시장에서 묵묵히 성과 창출에 기여해 온 인물들을 대거 발탁하면서 전무와 상무 승진자는 각각 11명, 30명에 이른다.
◇ 사업본부장 3명 유임..이영하 사장도 중책 맡겨 사상 최악의 실적 부진에도 4명의 사업본부장 중 1명 만이 바뀌었을 뿐, 나머지는 전원 유임됐다.
권 부사장은 사장 승진 후 그대로 HE사업본부장을 맡게 된다. 박종석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 사업본부장(부사장)과 에어컨 등을 담당하는 AE 사업본부의 노환용 사장도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다.
특히 박 부사장은 취임 후 스마트폰 부문의 실적이 고꾸라지면서 위기라는 관측도 많았지만, 구 부회장이 한 번 더 믿고 맡겼다. 지금은 부진하지만, LTE 시대 이후 다시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이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의 표현이라는 평이다.
HA사업본부장은 신문범 부사장이 맡는다. HA사업본부장이었던 이영하 사장은 경영지원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겨 혁신활동 등 중책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진들에게 지금의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기보다는 한번 더 믿고 맡겨보겠다는 LG 고유의 문화가 이번 인사에서도 많이 반영된 것 같다"면서 "믿음과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구 부회장의 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OO는 CEO인 구 부회장을 측면에서 보좌하면서 구 부회장의 의사결정 등에 있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LG전자의 COO는 기존 다른 기업들의 COO와는 달리, 생산부문으로 역할이 국한된다.
회사 관계자는 "LG전자의 COO는 생산과 생산에 연계된 구매, 물류, 서비스 등을 관할하면서 생산활동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전체적인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자금, 인사 등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LG전자는 COO를 아직 선임하지 않았지만, 회사 내부의 사장급 인사 중에서 발탁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기존 해외 지역대표를 개별 법인체제로 전환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였고, R&D와 전략기획, 상품기획 등 본부, CTO 및 본사 관련 조직은 강화했다. HE, MC, HA, AE사업본부는 현 사업본부 체제를 유지하고, 내부적으로 각 사업부는 미래사업 준비를 위해 일부 통합, 분리돼 운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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