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정교한 장식과 기법으로 고려 후기 걸작으로 꼽히는 ‘부안 내소사 동종’이 국보가 된다.
문화재청은 1963년 보물로 지정된 ‘부안 내소사 동종(銅鍾·구리로 만든 종)’을 국보로 승격할 예정이라고 31일 예고했다. 또한 신라시대 문화를 보여주는 주요 유물인 ‘경주 금령총 출토 금제 허리띠’와 ‘경주 서봉총 출토 금제 허리띠’ 등 총 5건의 문화유산을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 부안 내소사 동종(사진=문화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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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내소사 동종’은 고려 시대 동종의 양식을 잘 보여주는 유산이다. 높이 103㎝, 입지름 67㎝ 크기로 고려 후기 동종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신라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고려의 특징이 드러나는 대표작이다. 종의 아랫부분과 윗부분에는 덩굴무늬 띠를 둘렀고, 어깨 부분에는 연꽃 문양을 장식했다. 꼭대기 부분의 장식인 용뉴는 마치 공중을 비행하는 듯한 역동적인 모습을 띤다. 균형 잡힌 비례와 아름다운 곡률을 가진 몸체 등 뛰어난 장식성과 조형성을 지녀 고려 후기 동종의 본보기가 된다.
내소사 동종은 종에 대한 내력을 명확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크다. 종을 만든 내력이 적힌 주종기에 따르면 이 종은 ‘한중서’라는 이름의 장인이 1222년 약 700근(약 420㎏)의 무게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중서는 13세기 전반부터 중엽까지 활동한 장인으로 고령사 청동 북(1213년), 복천사 청동 북(1238년), 신룡사명 소종(1238년) 등 여러 작품을 남긴 것으로 확인된다. 종에는 원래 청림사에 봉안됐다가 1850년 내소사로 옮겼다는 내용도 새겨져 있다. 한국 범종사를 비롯해 제작 기술과 기법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이자 봉안처, 발원자, 제작 장인 등 모든 내력을 정확히 알 수 있어 가치가 크다.
| 경주 금령총 출토 금제 허리띠(사진=문화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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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로 지정 예고된 ‘경주 금령총 출토 금제 허리띠’는 금령총에서 나온 주요 유물 중 하나다. 일제강점기인 1924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발굴한 금 허리띠다. 꾸밈 장식의 크기가 작은 편인데, 다른 신라 무덤에서 나온 드리개 장식보다 길이가 짧아 무덤 주인을 미성년으로 추정할 수 있다.
또 다른 고분인 서봉총에서 1926년 발굴한 금 허리띠는 화려한 장식이 돋보이는 유물이다. 드리개 장식 대부분이 금제로 이루어져 있고, 신라 고분에서 출토된 금제 허리띠 중 드리개 길이가 가장 길어 예술적 가치가 크다. 이 유물은 신라의 금제 허리띠 제작 기술의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청자 음각앵무문 정병(淨甁)’은 부처 앞에 깨끗한 물을 담아 바치는 도구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청자 정병의 변천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특히 몸체 3곳에 날개를 활짝 편 앵무새를 음각으로 새겨 정병 유물 중에서는 희소한 사례로 꼽힌다.
조선의 개국공신인 복재 정총(1358∼1397)의 유고 시문집인 ‘복재선생집’, 경북 안동 선찰사의 목조석가여래좌상과 복장 유물도 각각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조성 발원문에 따르면 선찰사 불상은 광해군 부인 유씨(장열왕비·1576∼1623)가 왕실의 비빈(妃嬪, 왕비와 궁녀)이 출가하던 자수사, 인수사에 봉안하기 위해 만든 불상 중 하나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국보와 보물로 지정 예고한 문화유산에 대해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 안동 선찰사 목조석가여래좌상(사진=문화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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