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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공화당 수뇌부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트럼프가 과반수의 대의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제3의 인물을 후보로 내세우려는 계획까지 세웠다.
하지만 트럼프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적절한 순간에 미끼를 던지듯, 그의 말은 미디어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토크쇼를 진행했던 트럼프는 경선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법을 알았다. 여성과 소수 인종을 비하하는 그의 막말은 미디어를 타고 더 많은 보수적인 백인들을 결집하는 효과를 냈다.
특히 트럼프 특유의 직설 화법은 저소득 백인층의 폐부를 찔렀다. 트럼프의 연설은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쉽고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트럼프의 막말은 적극적인 반대파뿐 아니라 견고한 지지층을 함께 만들어냈다.
트럼프는 3일(현지시간) 승부처로 꼽히던 미국 인디애나주 경선에서 승리했다. 2위를 달리던 테드 쿠르즈 상원의원은 경선을 포기했다. 트럼프는 자력으로 사실상 공화당 대선후보가 됐다.
속으로 썩는 공화당
트럼프는 인디애나주 경선 결과가 발표된 이후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에서 “엄청난 승리”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단합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공화당이 단합하기를 원하고 단합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키가 작다’며 놀리던 쿠르즈 의원에 대해서도 이날만큼은 “아주 훌륭한 경쟁자였고 강인하고 영리한 사람이었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마음 깊이 트럼프를 껴안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의 연방의원들 가운데 트럼프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인물은 아직 11명에 불과하다.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중이다.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비판했던 공화당 내 인물도 한두명이 아니다.
트럼프가 사실상 공화당의 대선후보에 올라서면서 트럼프에 줄을 대는 ‘줄서기’가 벌어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공화당 내부의 갈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워싱턴포스트의 유진 로빈슨 칼럼니스트는 “트럼프의 부각은 공화당 내에서 더 깊고 분명한 분열이 드러나는 징후”라고 촌평했다.
달라도 너무 다른..클린턴-트럼프 본격 대결
사실상 민주당의 대선 후보에 오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트럼프의 대결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지 기반도 크게 갈린다. 클린턴은 흑인과 진보층을 기반으로 하지만, 트럼프는 철저히 보수적인 백인에 맞춰져 있다.
외교 정책 방향도 뚜렷하게 다르다. 클린턴은 오바마 정부의 계승자를 자처하며 동맹국과 관계를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는 철저히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미국 중심주의를 표방한다.
트럼프는 한국 등 미군이 주둔해 있는 동맹국을 향해 방위비용을 더 내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트럼프의 기세는 이제 민주당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틀간 라스무센리포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41%로 나타나 클린턴의 39%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라스무센리포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클린턴을 누른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는 승리를 자신한다. 트럼프는 클린턴에 대해 “좋은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군사적으로는 이슬람국가(IS)를 물리치지 못했고 무역이나 국경문제 등 모든 것에 우리는 패배해 왔지만, 앞으로 우리는 이기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도 본격적인 ‘트럼프 때리기’에 나섰다. 클린턴 대선캠프의 존 포데스타 선대본부장은 “트럼프는 너무 분열적이고 나라와 자유세계를 이끌 자질이 부족하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