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뉴스 | 이 기사는 09월 15일 15시 06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뉴스`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변변한 일감이 없다는 시중은행 인수금융 담당자들의 하소연이 늘고 있다. 올들어 몇 건의 대형 딜(Deal)이 성사됐지만 은행 돈을 끌어다 인수합병(M&A)에 나서는 사례가 눈에 띄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부채캐피탈마켓(DCM) 여건이 개선되면서 은행 빚을 내기 보다는 자금조달 시장에서 직접 회사채를 찍어 인수대금을 마련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 그림의 떡
은행권 인수금융팀은 M&A에 나서는 인수자측에 인수대금을 주선·대출해주고 자금모집 주관 수수료와 이자수입을 얻는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중 이뤄진 대형 M&A중 시중은행의 인수금융 대출이 끼어든 딜은 현대중공업의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 정도다.
해외 M&A시장에선 호남석유화학의 말레이시아 타이탄 인수와 한화케미칼의 솔라펀 인수가 성사됐지만 시중은행 인수금융팀에 일감은 떨어지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업체 타이탄을 1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호남석유 화학의 경우 국내외 은행들을 상대로 대출금리를 타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롯데계열이라는 높은 신용도와 회사채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 덕에 은행 돈 대신 회사채를 발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3억7000만달러가 투입되는 한화케미칼의 솔라펀 인수 역시 일찌감치 수출입은행 정책자금을 이용하기로 결정돼 시중은행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포스코가 3조3700억원짜리 대형매물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했지만 돈 많고 신용도 좋은 포스코이다 보니 시중은행 인수금융팀은 헛물만 켰다.
◇ "외국계에 밀리고 회사채에 넘어지고"
B은행의 인수금융 담당자는 "우량 대기업의 경우 워낙 낮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어 눈높이를 맞추기 힘들다"고 했다. 특히 해외 M&A의 경우 시중은행의 조달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보니 금리경쟁에서 외국계 은행을 따라가기 힘든 실정이다. 최근에는 회사채 시장 금리도 낮아져 신용도가 높은 기업은 아예 직접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는 "연말까지 이같은 양상이 지속될 것 같다"며 "올해 농사는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인수금융 건이 줄다 보니 은행들은 기존 인수금융 대출의 리파이낸싱에 그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오비맥주 인수자인 KKR펀드 등에 대한 은행권의 1조4300억 리파이낸싱과 실트론 지분 49%를 인수했던 보고펀드 등에 대한 2400억원 리파이낸싱 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현대건설(000720)과 대선주조 등의 매각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자금력이 탄탄한 현대차그룹이나 롯데그룹에 넘어갈 경우 인수금융 수요는 별로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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