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경영)(56)갈등은 감정이다

  • 등록 2007-08-08 오후 6:41:22

    수정 2007-08-08 오후 6:41:22


[이데일리] 중부권에 위치한 한 대학의 이야기이다. 30여년의 역사와 1만2000여명의 학생을 가진 이 대학은 입지한 지역주민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 학교발전을 위하여 학교가 주변 부지를 매입하려고 하면 부지 매각을 반대하는가 하면, 학교가 매입한 부지를 특정용도로 전환하려고 하여도 반대했다.

주민들은 학생들의 야간 소란을 문제 삼는가 하면 학교에다 지역이 필요한 특정시설의 설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소 의외의 관계였다. 보통 지역에 대학이 있으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고 정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이해하고 지역과 학교는 서로 좋은 관계로 지낼 것 같은데, 이 대학은 그렇지가 못했다. 학교에서는 대학과 관련된 일에 사사건건 반대를 하는 지역주민이 못 마땅하였고, 다른 지역은 대학을 유치하지 못해서 난리인데 이 지역은 이상한 지역이라는 불만을 가지게 됐다.

그러는 가운데 최근 이 대학에서는 지역주민과 좋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하여 몇 가지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이 대학은 주민과 관계가 좋아졌고, 그 이후 대학이 원하는 사업은 다 이루어졌다. 이제는 지역주민들도 전과 같지 않게 학교의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무슨 사연에 그렇게 관계가 좋지 않았고, 무슨 조치가 있었길래 금방 그렇게 관계가 좋아진 것일까?

지역주민들과의 관계를 좋게 하기 위하여 대학이 취한 조치는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주민의 대표(이장)을 학교의 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하고, 매년 개최되는 학교축제에 지역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주역주민을 초청했다. 그리고 학교 시설을 개방하여 저녁시간이나 주말에 도서관 열람실을 지역주민에게 개방하고, 운동장과 잔디밭도 지역주민에게 개방했다. 이것이 전부였다.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역 주민들은 왜 대학에 대하여 좋지 않은 관계를 가지게 되었고, 또 그런 간단한 몇 가지의 조치에 다시 좋은 관계를 가지게 되었는가? 우선 그 동안 지역 주민들은 대학이 이 지역의 주인인 자신들을 제대로 대접을 해 주지 않는다라는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남의 지역에 와서 대학을 운영하면서 지역과 함께라는 의식은 조금도 없고, 대학 스스로의 발전에만 매진하는 모습에 주민들은 불만을 가지게 되었고, 대학이 들어 옴으로써 지역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감정적으로는 서운하다는 것이었다. 자신들을 지역 당사자로서 제대로 인정을 해 주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따라서 대학이 하는 일이면 내용에 관계없이 무슨 일이든 반대하고 보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자신들의 대표를 학교의 자문기구인 발전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하면서 주민들을 학교와 대등한 당사자로 인정을 하고, 지역주민을 학교의 행사에 초청함으로써 주민을 학교의 일원으로 인정을 하게 되면서 주민들의 감정이 누그러졌다고 할 수 있다. 자신들이 대학의 대등한 당사자로 인정을 받았고 그에 상응한 대접을 받게 되었다고 느꼈을 것이다. 과거의 소외와 푸대접의 응어리가 풀리고 대등한 동반의 관계가 성립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일반적인 갈등과 그 해결의 양상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보통 갈등에는 두 가지 이슈가 혼재되어 있다. 하나는 실질적인 이슈이고 다른 하나는 감정적인 이슈이다. 실질적인 이슈는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쉽게 해결이 가능하지만, 감정적인 이슈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사람들의 감정은 그렇게 쉽게 풀리지가 않는다. 위의 사례에서는 주민들이 대학이 하고자 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실질적인 이슈이고, 학교로부터 소외 당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것으로 느끼는 부분이 감정적인 부분이다. 감정적인 부분은 쉽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해결하기도 어려운 부분이다. 정서적으로, 심리적으로 치유되어야 할 부분이다.

다행히 학교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실질적인 이슈인 대학이 하고자 하는 일을 설득하는 것에 치중하기 보다는, 주민들의 감정적 응어리를 풀어주는 것에 치중했다. 주민들을 학교행정에 참여시키고, 학교행사와 시설에 초청하여 학교구성원과 대등한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진정한 당사자로서 인정을 해 주었다.

그것이 문제를 푸는데 아주 적중했다. 이것이 주민들의 감정을 해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만약 이러한 조치들로 주민들의 감정문제를 풀지 못하였다면 실질적인 이슈를 푸는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감정적인 공감 없이는 다른 어떤 것도 공감하지 않으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더라도 감정적으로 공감의 다리가 놓이지 않으면 이해를 하지 않으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당사자로써 인정을 받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상해 있다면 다른 어떤 조치도 주민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사람을 감정적으로 헤아려 주는 요인은 힘이나 영향력, 소속감, 인정, 정체성, 정의 같은 것을 꼽을 수 있다. 즉 상대방의 이러한 요인을 보장에 주면 감정적인 공감대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갈등은 감정이다" 라고 말할 수 있다. 갈등이 제대로 해소되기 위해서는 감정적인 부분이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 아무리 실질적인 부분이 해결되었다 하더라고 사람들간의 감정적인 부분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른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감정적인 부분만 해소되면 다른 부분은 의외로 쉽게 해결된다.

현재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대부분의 공공갈등도 마찬가지이다. 행정대상인 국민, 주민들의 감정을 얼마나 헤아려 주느냐가 갈등의 사전 예방과 사후 해소의 관건이 될 것이다. 당사자와 감정적인 공감만 확보된다면 그 공감을 토대로 다른 이슈는 비교적 쉽게 풀릴 수 있다. 갈등해결의 왕도다.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 
 
-現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위원
-現 국무총리실 규제개혁 실무위원
-現 교육인적자원부 규제개선 심의위원
-現 한국협상전략 연구소장
-前 중소기업청 벤처정책과장, 창업지원과장
-卒 영국 Henley MBA
-卒 호서대학교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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