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이터니티’ 블루닷 역 현석준(사진=알앤디웍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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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배우 현석준(33)이 1960년대 록스타로 변신했다. 대학로 예스24아트원 1관에서 공연 중인 창작 뮤지컬 ‘이터니티’의 블루닷 역을 통해서다. ‘현석준 맞아?’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확 달라진 모습으로 색다른 매력을 발산 중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끄는 행보다.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한 현석준은 “가발을 쓴 채 슈퍼스타의 거만한 태도를 표현하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주로 모성애를 자극하는 유약해 보이는 캐릭터들을 연기해왔던 만큼, 이번 작품 출연을 계기로 배우로서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뤄낸 기분이 들어 뿌듯하다. 앞으로 어떤 작품이든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며 흐뭇해했다.
알앤디웍스가 제작한 ‘이터니티’는 1960년대를 살아가는 뮤지션 블루닷과 그를 동경하는 현시대의 신인 뮤지션 카이퍼이 이야기를 함께 펼쳐내는 작품이다. 극중 서로 다른 시공간에 있는 블루닷과 카이퍼는 록의 하위 장르 주 하나인 글램 록을 통해 연결돼 교감을 나눈다. 글램록은 화려한 의상과 헤어스타일, 과장된 화장 등으로 시각적 효과를 강조한 무대를 선보이는 것이 특징인 장르. 현석준은 무대 위에서 직접 속눈썹을 붙이고 눈화장을 하는 연기까지 소화하며 글램록 뮤지션으로 완벽 변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글램록을 대표하는 뮤지션인 데이빗 보위의 영상을 찾아보며 캐릭터를 연구했어요. 무대 위에서 엄청난 포스와 에너지를 발산하는 면을 캐치하기 위해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 영상도 참고했고요. 아무래도 비주얼적으로는 데이빗 보위에게 영감을 얻으려 했는데요. 마른 모습이 건장한 제 모습과 너무 거리감이 느껴져서 10kg 가까이 감량하기도 했어요. 난생처음으로 도전한 눈화장 연기는 분장 선생님께 레슨을 받은 결과물인데요. 처음엔 걸음마 떼는 아이처럼 굉장히 서툴렀는데 지금은 시간이 충분히 남을 정도로 실력이 향상됐습니다. 하하.”
| 뮤지컬 ‘이터니티’ 캐릭터컷(사진=알앤디웍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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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준이 연기하는 블루닷은 슈퍼스타 면모만 드러내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다. 세계적인 인기와 영향력을 자랑하다가 전성기가 지난 뒤 외로움과 싸우게 되기 때문이다. 우주에 보낼 레코드판에 자신의 음악을 싣겠다고 선언한 이후부턴 창작의 고뇌와 글램 록을 향한 조롱, 편견과도 싸운다. 블루닷이 내면의 어둠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갈수록 현석준의 차진 연기력은 오히려 점점 더 빛을 발한다.
현석준은 “대본을 읽었을 때 블루닷이 느끼는 외로움과 공허함이 가슴에 훅 들어왔다”며 “저 또한 공연을 끝낸 뒤 비슷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기에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장 애정하는 블루닷의 넘버로 ‘블루닷 투 카이퍼’를 꼽으면서 “블루닷의 감정이 모두 녹아있는 넘버이기도 하고 저음과 고음이 혼재되어 있어 가장 힘들게 연습한 넘버라 애착이 많이 간다”고 밝혔다.
| 뮤지컬 ‘이터니티’ 블루닷 역 현석준(사진=알앤디웍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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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이터니티’ 블루닷 역 현석준(사진=알앤디웍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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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니티’는 우주처럼 꾸민 공간에서 전자 첼로와 전자 바이올린을 포함한 6인조 라이브 밴드의 생생한 연주와 함께 이야기를 펼쳐내며 독자적 세계관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공연은 12월 8일까지. 현석준은 “비주얼과 음악, 메시지 모두 뛰어난 작품”이라며 “극중 블루닷이 ‘한 명만 날 기억해줘도 된다. 그 한 명이 나 자신이어도 상관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힘든 시기를 극복하게 되는데, 극장을 찾는 분들 또한 ‘이터니티’를 통해 자신을 믿는 힘을 얻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현석준은 수능을 준비하던 고등학교 3학년 때 DMB 폰으로 ‘개그콘서트’의 ‘뮤지컬’ 코너를 시청하다가 뒤늦게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재수 끝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진학했다. 이후 2018년 정식 데뷔 꿈을 이뤘고 다수의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들며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쌓아왔다. 올해 역시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 중이다. ‘이터니티’ 출연 전 뮤지컬 ‘광염소나타’, ‘박열’, ‘스파이’ 등으로 관객과 만났으며 11월 열리는 ‘판’ 부산 공연 출연도 앞두고 있다.
현석준은 다작 비결을 묻자 “연습은 힘들지언정 공연하는 건 여전히 재미있다. 공연을 잘 해냈을 때 느끼는 쾌감과 보람이 저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답했다. 공연을 끝내고 귀가한 뒤 무대 녹음본을 들으며 자체 피드백을 하는 게 습관이 됐다는 현석준은 “한 철 장사를 하는 배우가 되지 말자고 다짐하며 연기에 임하고 있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연기 폭을 넓혀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