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내 첫 소득보장 정책실험으로 추진 중인 미래형 복지모델 ‘안심소득’ 시범사업의 1차 중간조사 최종결과가 나왔다. 안심소득은 현행 복지제도에서 지원을 받지 못했던 가구까지 폭넓게 챙기면서도, 높은 탈(脫) 수급률을 보여 참여자들의 근로 의욕은 저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심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재산 기준 3억 2600만원 이하)를 대상으로 기준소득 대비 부족한 가구소득의 절반을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형 복지모델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20일 오전 9시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지난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스공과대(MIT) 교수와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 특별대담을 가졌다.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는 이날 대담에서 한국과 같이 정확한 데이터와 충분한 통계를 가진 선진국에선 보편적 기본소득보단 안심소득과 같은 선별적 기본소득 방식이 더 효과적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오 시장은 안심소득 시범사업이 3년(2022년 7월~2025년 6월)간 성공적으로 마무리 돼 유의미한 결과를 얻으면, 2027년 차기 대선에서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좌·우 모든 대선 후보들이 관심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 오세훈(왼쪽)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지난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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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담에서 오 시장은 경제적 양극화 해소를 위한 해법으로 안심소득의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 시장은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 양극화 돼 있어 양극단의 생각을 하는 분들이 어떤 정당을 사실상 휘어잡고 이끌어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자주 있다”며 “그렇게 된 바탕엔 경제적 양극화가 매우 중요한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적 양극화 해소로부터 상당 부분 해법을 찾을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라도 하후상박의 복지제도를 안착시키는 것이 매우 긴요할 수 있다”며 “안심소득이 수혜자의 폭이 훨씬 더 광범위하고 까다로운 조건을 달지 않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제도에 비해 훨씬 더 장점이 많이 구현될 수 있는 새로운 복지제도란 기대감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안심소득의 효용성에 대해 뒤플로 교수는 한국과 같은 부유한 국가는 안심소득과 같은 선별적 지원이 부(富)의 이전 효과가 더 크다는 견해를 전했다.
뒤플로 교수는 “보편적 기본소득은 빈곤국에서는 작은 소득도 생필품 구입 등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며 “한국과 같은 부유한 국가에선 보편적 기본 소득을 시행하면 정말 많은 사람에게 제공해야하고 금액도 조금밖에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돈은 (부유한 국가)사람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정확한 통계와 데이터를 가진 한국과 같은 국가에선 자원을 선택과 집중해 집중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선별적 기본소득이 더 좋다”고 말했다.
| 안심소득 1단계 시범사업 지원가구 중 104가구(21.8%)는 올 11월 기준, 근로소득 증가 경험. (자료=서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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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포럼에서 이정민 서울대 교수가 발표한 ‘안심소득 시범사업의 1차 중간조사 결과’에선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대비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높은 탈수급 비율 △지원가구의 근로소득 증가 △비교가구 대비 지원가구의 식품·의료 서비스·교통비 등 필수 재화 소비 증가 △정신건강 및 영양 개선 등이 나타났다.
오 시장은 “현재 기초수급제도는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면 자격을 잃기 때문에 평생 그 굴레에 가두어 놓는 부작용이 심각한다”며 “(안심소득은)1년 6개월간 성적표를 보면 빈곤에서 탈피하는 비율이 생각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뒤플로 교수는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향후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오 시장에게 질문했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만약 앞으로 1년 반 뒤에 안심소득이 바람직한 복지제도로 전국으로 확산 시행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결정되면, 그때쯤 다음 대통령선거가 곧 있을 것”이라며 “실험 결과가 유의미한 수치로 나타난다면 우파나 좌파나 무관하게 어느 정당이라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예산이 감당할 수 있느냐는 근원적 질문에 봉착하게 되겠지만, 지금까지 계산한 바로는 감당 가능한 정도 재원”이라며 “전국 확산은 그리 어려운 문제만은 아닐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