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빅테크들이 자신들의 서비스는 시장에서 별 인기가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규제를 받는 대형 플랫폼사업자(게이트키퍼)로 지정되는 걸 피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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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검색엔진 빙(BING)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하려는 EU 경쟁당국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검색시장 점유율이 90%가 넘는 구글과 3% 남짓인 빙이 함께 게이트키퍼로 지정되면 결국 구글의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애플 역시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등에 설치된 메시지앱 아이메시지의 이용자 수가 DMA 기준에 못 미친다며 메타(페이스북 모회사)의 ‘왓츠앱’에 플랫폼을 개방할 수 없다는 의견을 EU에 냈다.
빅테크들이 앓는 소리를 하는 건 게이트키퍼로 지정되지 않기 위해서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되면 다른 빅테크 회사보다 강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다른 회사가 제작한 앱이나 앱마켓을 자사 플랫폼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방해야 한다. 플랫폼에서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우대하는 행위도 엄격히 금지된다. 이 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연매출의 최대 10%, 반복 불이행이 확인되면 20%까지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조직적인 위반행위’가 확인되면 사업부 일부에 대한 매각 명령까지 받는다.
EU는 오는 6일 게이트키퍼를 지정할 예정인데 MS와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바이트댄스, 삼성전자까지 7개 회사가 게이트키퍼 후보다. 유럽 내 연매출 75억유로(약 10조6000억원) 이상이거나 △시가총액 750억유로(약 106조원) 이상 △월간 플랫폼 이용자 4500만명 이상 등의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하면 게이트키퍼 지정을 위한 정량조건이다. 다만 정량조건을 충족하더라도 EU 판단으로 게이트키퍼 지정을 유보할 수 있다. 빅테크들이 자신들 플랫폼은 인기가 없다고 ‘셀프 비하’하는 배경이다.
디지털시장법 제정을 주도한 안드레아 슈바프 유럽의회 의원은 “디지털시장법은 유럽 디지털 시장에 새로운 경쟁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