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성지·김지훈 교수, 심장외과 정동섭 교수 연구팀은 국제 심혈관 학술지(Frontiers in Cardiovascular Medicine)와 일본심장학회지(Circulation Journal) 최근호에 부정맥 환자에서 흉강경 부정맥 수술의 예후를 가늠하는 지표로 ‘심장초음파 수치 모델’을 제시했다.
연구팀이2012년부터 2015년 사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심방세동으로 흉강경 부정맥수술을 받은 환자 128명을 대상으로 수술 전 심장초음파, 경식도 심장초음파에서 측정한 좌심방 압력과 좌심방이 배출속도 수치를 분석한 결과다.
흉강경 부정맥 수술은 가슴 주변에 가느다란 구멍을 낸 뒤 흉강경을 넣어 심장에서 부정맥이 발생하는 부위를 고주파로 절제하는 것을 말한다. 내과적 치료와 병행할 수 있어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법’으로 불린다.
기존 수술은 가슴을 열어 심장을 멈춘 뒤 수술을 해야 하는 반면, 흉강경 부정맥 수술은 심장이 뛰고 있는 상태에서도 가능하다. 수술 난도가 높고 술기를 익히기 힘들어 국내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일부 병원만 시행중이다.
특히 소규모 연구로 부정맥이 발생하는 좌심방의 섬유화가 부정맥의 재발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섬유화 정도를 확인하기 위한 조직 검사가 어려워 대규모 연구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비침습적 진단 검사 모델을 개발한 덕분에 대규모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면서 “이번 연구에서도 좌심방 조직의 섬유화 정도가 낮을수록 부정맥 수술 이후 재발 위험도 낮아진다는 것을 확인해, 추후 새 표준 진단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특수 심장초음파로 측정한 좌심방 스트레인 수치가 좌심방 조직의 섬유화 정도와 일치한다는 걸 증명한 덕분이다. 연구팀은 진단검사 모델의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환자의 좌심방이 조직을 확보해 좌심방 섬유화 정도를 경증, 중등도, 중증 세 단계로 분류했다. 이를 바탕으로 평균 5년 동안 심방세동 재발률을 비교했더니, 경증 좌심방 섬유화군에서 23.3%가, 중등도에서 51.4%, 중증은 53.2%가 재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환자 부담이 큰 조직검사를 시행하지 않더라도 좌심방 스트레인 수치로 섬유화 정도를 나눌 수 있고, 이를 이용해 재발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단초를 얻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좌심방이 배출 속도에 따라 정상군(40cm/s 이상), 중간군(20cm/s 이상 40cm/s 미만), 저하군(20cm/s 미만)으로 나누고, 각 군별 재발률을 비교했다. 일반적으로 좌심방이 배출 속도가 높으면 좌심방이의 움직임이 양호하다는 의미여서 재발률이 낮을 것으로 에상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 전체 환자의 3년 이후 정상박동 유지율은 65.3%였는데, 좌심방이 배출 속도가 정상군과 비교해 저하군은 심방세동 재발 위험이 6.11배, 중간군은 2.7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술 이후 심방세동 재발을 예측할 수 있는 좌심심방이 배출 속도는 21cm/s로 확인됐다. 이 수치보다 낮으면 수술 이후 심방세동 재발률이 75%로, 배출 속도가 21cm/s 이상인 군(25%)에 비해 높았다.
심장뇌혈관병원 이미징센터장 겸 판막센터장 박성지 교수는 “이미징센터, 판막센터 김지훈 교수, 심장외과 정동섭 교수와 원팀으로 흉강경 부정맥 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심방세동 재발에 관한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심장초음파 모델을 발견한 것은 치료의 ‘새 이정표’를 만든 셈”이라면서 “앞으로 흉강경 부정맥 수술의 예후를 보다 정확히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