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안도 타다오에게 삭막한 섬 재생을 맡겼다. 안도는 마음껏 섬을 디자인했다. 핵심은 미술이다. 미술관과 호텔이 한 공간에 있는 베네세 하우스, 지중미술관, 이우환 미술관은 그 결과물이다. 주변 섬과 손잡고 국제미술제도 연다. 이제 나오시마는 일본 관광청이 선정한 4대 관광지 중 하나다. 또 세계적인 여행 잡지 트래블러는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세계 7대 명소’로 꼽았다. 후쿠타케의 안목과 안도의 상상력이 나오시마를 보물로 바꿨다.
쿠라시키 미관지구에도 혜안 있는 기업인과 미술가가 있다. 쿠라시키는 인구 47만 명, 에도시대 정취가 물씬 풍긴다. 회벽과 목조 기와지붕, 수로가 어울려 풍광은 빼어나다. 이곳에 매년 400만 명 가까운 이들이 찾는다. 쿠라시키를 특별한 곳으로 만든 것은 풍광보다 오하라미술관이다. 개관한지 90년 된 일본 최초 근대 미술관이다. 소장 작품만 3,500여 점에 달한다. 작품 수준도 인상파부터 일본 근대 회화까지 뛰어나다.
끝으로 완주군 소양에 있는 ‘아원고택’. 미술관과 한옥체험관이 공존하는 곳이다. BTS는 지난해 이곳에 일주일여 머물렀다. 이후 아원고택은 말 그대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최근에는 국내 3대 백화점도 이곳을 배경으로 광고를 촬영했다. 삼성 파브TV, CJ, ZARA도 앞서 광고를 찍었다. 다녀간 유명 정치인과 영화인, 문화계 인사도 상당하다.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한적한 산골에 사람과 돈이 몰릴까.
아원고택과 짝을 이루는 오스갤러리. 이곳도 BTS가 다녀갔다. 사용된 건축자재는 모두 재활용했다. 붉은 외벽은 서울 화신백화점 철거 과정에서 나온 벽돌이다. 기둥과 상량은 전주초등학교에서 나온 100년 된 고재다. 전해갑 대표는 “트렌드는 따라가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한옥은 최고 문화자산이다. 아원은 현대 건축물 위에 한옥, 장독대, 담장, 돌담, 대숲, 연못을 더했다. 또한 오스갤러리에도 풍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나오시마 예술 섬과 쿠라시키 오하라미술관, 완주 아원고택. 모두 예술과 전통, 현대가 접목된 결과다. 여기에 안목과 혜안을 지닌 기업인과 문화 디렉터가 창의력을 보탰다. 파괴보다는 재생, 대립보다는 공존의 지혜다. 새해에는 사람도 모으고, 지역도 살리는 문화혁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