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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이승현 기자] 검찰이 정태수(96) 전 한보그룹 회장 넷째 아들 한근(54)씨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한보 사태’ 장본인인 정 전 회장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병 치료차 일본으로 건너간 뒤 12년째 해외도피 중인 정 전 회장의 사망설까지 나왔지만, 검찰은 추가 확인된 사실을 토대로 그의 행방을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2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아들 정씨는 지난 22일 국내 소환된 후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예세민) 조사 과정에서 “아버지가 지난해 남미 에콰도르에서 사망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대학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2006년 2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지만 건강상 이유로 법정구속되지는 않았다. 2심 재판 도중인 이듬해 5월 지병 치료를 이유로 법원 허가를 받아 일본으로 건너간 뒤 지금까지 종적을 감추고 있다.
앞서 정 전 회장은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당시 한보그룹 부정대출 사건과 관련, 불법정치자금 제공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확정받았지만 2002년 대장암 판정을 받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된 뒤 특별사면됐다.
2009년 며느리 김모씨가 카자스흐스탄에 있는 정 전 회장에게 2900여만원을 불법송금한 사실이 밝혀지자 법무부는 그 해 카자흐스탄 당국에 정 전 회장에 대한 범죄인 인도요청을 했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은 다시 키르기스스탄으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키르기스스탄과는 지난해 11월에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었다.
이후 정 전 회장의 행방은 물론 생사 여부도 명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21년 만에 붙잡힌 아들 정씨가 아버지가 죽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검찰은 정씨의 진술이 거짓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정 전 회장의 출입국 기록과 여권 등 객관적 물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와 함께 정 전 회장에 대한 추적을 해 왔는데 조금 더 확인해야 한다”며 “확인해야 할 사항이 확인되면 생사 여부 등을 포함해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정 전 회장의 교비 횡령 사건에 대해 2009년 5월 그의 소재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징역 3년 6월을 확정했다. 이 사건과 별도의 횡령 혐의로 기소중지된 사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류씨의 처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씨의 도피행각에 류씨가 연루된 부분을 조사해 범죄 성립 및 형사 처벌 여부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정씨를 상대로 국외 도피 경로와 함께 횡령한 회사 자금을 어디에 은닉했는지, 다른 해외 은닉 재산은 없는지 등을 추궁할 예정이다.
IMF 사태 당시 한보 자회사 자금 322억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지난 1998년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도주한 뒤 21년 만에 파나마에서 붙잡혀 지난 22일 국내로 압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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