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26th SRE][WORST]한국항공우주, ‘우량아’에서 ‘문제아’로

방산비리·회계분식..끝나지 않은 '악몽'
  • 등록 2017-11-28 오후 12:10:30

    수정 2017-11-28 오후 2:15:29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국내 유일의 항공기 방산업체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이 워스트레이팅에서(기업별 등급수준 적정성 설문)에 올랐다. 방산비리·분식회계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크레딧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검찰수사로 인한 수주 제약으로 반년만에 적자전환 하면서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6회 SRE 기업별 등급수준 적정성 설문(워스트레이팅)에서 유효 응답자 158명 중 42명(26.6%)이 한국항공우주산업(AA-·AA)의 신용등급에 이의를 제기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이번 워스트 레이팅에 처음으로 올랐지만 총 40개의 후보군중 가장 많은 표가 몰렸다. 전체 응답자 42표 가운데 38표가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신용등급은 등급불일치 상태로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AA-’, 한국신용평가는 ‘AA’로 평가하고 있다. 예상치 못하게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워스트레이팅에 올라오면서 신용평가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방산비리·분식회계 ‘꼬리표’..반년만에 ‘적자전환’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조 방산업체로 지난해 까지만 해도 견조한 실적을 내는 알짜기업이었다. 정부에서 항공 방산산업을 위해 지난 1999년 대우중공업, 삼성항공산업, 현대우주항공의 항공사업을 통합해 설립된 회사다보니 안정적인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와 금감원의 회계감리를 시작으로 ‘방산비리’와 ‘분식회계’라는 꼬리표를 달면서 크레딧 시장의 ‘문제아’로 떠올랐다. 분식회계 의혹에 금융권에서 여신과 대출만기 연장을 거부하면서 유동성 위기도 불거졌다. 시장에서는 이러다 ‘흑자도산’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2조9463억원, 영업이익 320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3.1%, 15.7% 감소했지만 실적 변동성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방산비리와 분식회계 의혹에 휘말리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 6월 기준 실적은 매출액 1조1324억원, 영업손실 273억원으로 적자전환한 상황이다. 수리온 2차 양산 관련 공사지연위약금과 체계결빙 문제 해결을 위해 845억원 규모 충당금을 추가 설정했기 때문이다.

재무지표 또한 둔화되고 있다. 올해 6월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7233억원이며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17.1%, 25.8% 수준이다. 순차입금은 2016년 4748억원에서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EBITDA 규모는 2014년 3103억원 수준에서 2015년 5093억원, 2016년 4708억원으로 늘었지만 올해 6월기준 247억원으로 급감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총차입금 배수 또한 지난해 1.2배에서 올해 6월 기준 15.2배로 급증했다.

여기에 당분간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도 일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동성 우려도 크다. 상반기 기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차입금 잔액은 7533억원으로 이중 내년 6월까지 만기도래하는 금액은 3153억원 규모다. 이에 비해 지난 6월말 현재 별도기준 현금성자산 및 단기금융상품은 267억원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9월부터 11월까지 매달 600억원, 12월 1100억원 수준으로 연말까지 만기예정인 기업어음 2900억원과 장기차입금 800억원 차환을 위해 매달 기업어음(CP)을 찍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전자단기채 등으로 연말까지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SRE 자문위원은 “그동안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크레딧 시장에 잘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수사가 불거지기 전 CP를 발행할 당시 크레딧 매니저들이 줄서서 받아갔다”며 “하지만 지난 9월 카이가 6개월 짜리 2900억원 규모 CP를 조달할 때는 3개월물만 받아가겠다는 곳도 있었다”고 떨어진 위상을 전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끝나지 않은 ‘악몽’

삼일회계법인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의 2013년부터 회계자료를 재검토후 ‘적정’ 의견을 내고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일단 사태는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6월말 기준 풍부한 수주잔고가 17조1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수익성 개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주요 거래처가 국내외 정부기관이나 글로벌 대형 항공기 제조사로 구성돼 있어 매출채권을 못받을 염려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방산비리 및 분식회계 의혹 관련 검찰수사가 진행중인데다 이후 사업적, 재무적 측면의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 등급 수준에 맞는 실적을 낼수 있을지 장담할수 없다는 소리다.

한국신용평가는 수리온 헬기 불량문제로 인해 수리온 2차·3차 양산과 더불어 수리온 체계를 기반으로 한 상륙기동헬기 양산 및 LAH(소형무장헬기) 체계개발 사업의 정상적인 진행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보츠와나 T-50 수출 계약이 마무리 단계에서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올 연말 사업자 선정 예정인 10조원 규모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대체 사업 등 중장기적인 수주기반 확보 가능성도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검찰 수사가 종결되고 수익성이 회복되기 전까지 신용등급 하향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SRE자문위원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신용등급은 한단계 정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신용등급은 재무부문에서 지속적인 안정성이 중요한데 분식회계로 인한 자본감액 부분도 있고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 SRE자문위원은 “기존에는 방산산업이 큰돈은 못 벌어도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한국항공우주산업 사태로 인해 과연 안정적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며 “T50 전투기 등이 양산에 들어갔지만 수리온은 결빙으로 대금도 못받고 추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신무기 체계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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